우리 사회는 대체로 상품이 풍부한 편이다.

이 많은 상품중 근래 수년간 대박을 터뜨린 것을 꼽으라면 이동통신을 들 수 있다.

비즈니스중에서는 TV홈쇼핑이 으뜸이다.

국내 이동통신과 TV홈쇼핑 시장은 단기간에 세계 시장에서 5위권에 진입,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휴대전화가 폭증하는 것은 일단 편리하기 때문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도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된데 한몫을 했다.

그러나 편리성과 체면은 휴대폰이 ''국민상품''이 된 이유의 곁가지에 불과할 뿐이다.

몸통은 따로 있다.

바로 한국사회의 ''고(高)스트레스 구조''다.

우선 학생들.

대학입시가 한국 청소년들의 삶을 얽어매고 있다.

학교는 마음을,학원은 몸을 지치게 한다.

상상의 날개를 펼칠 시간도 없다.

마음껏 뛰놀 공간도 없다.

아빠는 어떤가.

자녀들의 사교육비를 대느라 허리가 휜다.

아내에게 다정한 미소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직장은 이미 전쟁터로 변했다.

엄마라고 다를게 없다.

빠듯한 살림살이로 웃음은 사라졌다.

아이들까지 애를 먹인다.

다들 미칠 듯한 심정이다.

누구에겐가 끊임없이 얘기해야 한다.

은밀하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그러려면 휴대폰이 제격이다.

휴대폰 왕국이 된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TV홈쇼핑은 지난 95년 처음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6년이 채 안됐는데 지난해 1조원 시장으로 커져버렸다.

여기에는 아줌마 군단의 기여가 절대적이다.

주부 고객들은 홈쇼핑 전체 고객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또 하나 이 사업의 특징은 반품률이 무척 높다는 점이다.

의류 잡화 보석 등 패션상품의 경우 20%를 웃돌고 있다.

10명중 2명은 물건을 산뒤 곧바로 돌려준다는 얘기다.

결국 아줌마들의 충동구매가 TV홈쇼핑을 키운 원동력이 됐다.

충동구매 심리는 현실에 만족하지 못할때 극대화된다.

과외경쟁등 피곤한 현실이 아줌마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쇼핑으로 얻는 만족감에 기대고 싶은 유혹이 절로 생긴다.

불가사의의 뒤안에는 한국인만의 독특한 사회·문화적 특성이 숨어있는 것이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