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퓨전경영 전도사들 ]

외자계 기업 사장들은 한국에 글로벌스탠더드 경영을 전파하는 전도사들이다.

이들은 생소한 한국풍토를 체득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글로벌''과 ''로컬''의 경계지대에서 ''퓨전(융합)''을 꿈꾸면서 고군분투하는 이방인들이다.

제롬 스톨(46)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집무실에는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오전 10시에 ''출입금지'' 팻말이 붙는다.

한국어 개인교습을 받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 9월 취임 이후 ''당신들의 천국'' 등 프랑스어로 번역된 한국소설을 구입해 읽는 등 우리나라 문화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하루에 한번 정도는 한국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다.

작년 7월 볼보코리아 사장에 임명된 에릭 닐슨(42)씨도 한국어 구사실력이 부쩍 늘었다.

영어 덴마크어 스웨덴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한 그가 조만간 한국어 능력을 개인 이력서에 추가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닐슨 사장은 취임후 ''인사 스페셜리스트''라는 독특한 직종을 도입했다.

이는 각 부서별로 인사 스페셜리스트를 지명, 현장에서의 고충과 요구사항을 인사에 최대한 반영함으로써 회사와 직원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케빈 리어든(56) 클라크 아시아 사장은 매주 토요일 창원공장 운동장에서 직원들과 축구를 한다.

공장에서 마주치는 직원들에겐 한국말로 인사를 건네고 가족단위의 잦은 만남을 통해 인간적인 친밀도를 높인다고 한다.

서울 부산 광주 등에 70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로크웰 오토메이션 코리아의 톰 오레일리(40) 사장은 직원들과 소주를 즐겨 마시며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그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최우선의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있지만 업무시간이 끝났을 때는 직장내 크고 작은 경조사들을 일일이 챙길 정도로 꼼꼼한 면을 보여준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