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ization Impact! 외국자본] (2) 정부정책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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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정책을 바꾼다 ]
지난 1월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대표들은 청와대로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달라고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엄격하게 단속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3월부터 합동단속반을 편성, 국내 기업에 대한 단속에 나섬으로써 외국인들의 건의에 화답했다.
하지만 단속강도가 예상 밖으로 높자 국내 벤처업계에선 정부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압력에 일방적으로 굴복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울 염곡동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내에 있는 산업자원부 산하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사무소.
외국인 투자업체의 애로사항을 상담하는 곳이다.
올 1.4분기에만 1백건의 불만과 하소연이 들어왔다.
개중에는 한국의 현실과 제도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보이는 막무가내식 주장도 한둘이 아니다.
"인천공항에 왜 국내공항을 두지 않느냐" "장애인 고용비율을 꼭 지켜야 하나" "한국 기업들로부터 받는 로열티에 부과하는 세금이 너무 많다" 등등.
이 사무소의 이명구 과장은 "외국기업들의 고충이 많은 것은 짐작이 가지만 자기네 이익에만 집착해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까지 거부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일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은 역시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암참은 수시로 정부 관계자를 초청, 정책방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엔 장영철 노사정위원장이 간담회에 참석해 "올 상반기중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도출하겠다"고 설명했고 지난달엔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강연회에서 "재벌들의 부당내부거래가 사라질 때까지 강력한 조사활동을 벌이고 제도적 차단장치도 보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프리 존스 회장은 지난 3월 ''2001년 연례 무역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내놓는 보고서는 더 이상 통상압력용이 아니라 한국 시장의 개선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자료"라고 말했다.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암참이 개별 통상 현안은 물론 한국 시장의 비즈니스 여건 전반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표출하겠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존스 회장은 이 보고서를 들고 지난 3월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에 전달했다.
최근 USTR는 한국을 저작권 및 특허권 보호 부문에서 우선감시대상국(PWL)으로 지정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을 소홀히할 경우 무역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이찬근 인천대 교수는 "외국기업들은 수익성을 최고의 기준으로 제시하지만 역사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수익성을 일정 부분 포기한 만큼 생기는 일자리를 노동시장에 제공해 왔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논리가 여과 없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반면 세계화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외국자본 유입으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두려워할게 아니라 외국자본의 영향력을 우리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차피 우리 정부나 토종기업들은 정치경제적으로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로 인해 ''제 머리 깎기''를 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외자라는 외세의 힘을 개혁의 역동성으로 활용하는게 현명한 자세라는 얘기다.
유용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관치금융, 정경유착 등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는 외국인의 지적이 없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할 당면과제이기 때문에 ''글로벌 파워의 힘을 빌린 수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금융이 더이상 정부의 금고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윌프레드 호리에 제일은행장의 지적은 낙후된 한국금융산업을 선진화시키는 ''쓴 약''으로 받아들여 실천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병주 서강대 교수는 "세계화의 힘을 빌려서라도 내부개혁을 해야 앞날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전반의 개혁 잣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기업들의 주장을 ''좋다 나쁘다'' 식의 이분법으로 평하기보다는 토종기업의 경영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는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유상부 포항제철 회장은 "한국이 키운 일류 기업이 역으로 정부에 범지구적 기준의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내부적인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기획취재부 오춘호.조일훈.장경영 기자 ohchoon@hankyung.com
* 한국언론재단 지원 *
지난 1월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대표들은 청와대로 김대중 대통령을 예방, 한국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달라고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엄격하게 단속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3월부터 합동단속반을 편성, 국내 기업에 대한 단속에 나섬으로써 외국인들의 건의에 화답했다.
하지만 단속강도가 예상 밖으로 높자 국내 벤처업계에선 정부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압력에 일방적으로 굴복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울 염곡동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내에 있는 산업자원부 산하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사무소.
외국인 투자업체의 애로사항을 상담하는 곳이다.
올 1.4분기에만 1백건의 불만과 하소연이 들어왔다.
개중에는 한국의 현실과 제도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보이는 막무가내식 주장도 한둘이 아니다.
"인천공항에 왜 국내공항을 두지 않느냐" "장애인 고용비율을 꼭 지켜야 하나" "한국 기업들로부터 받는 로열티에 부과하는 세금이 너무 많다" 등등.
이 사무소의 이명구 과장은 "외국기업들의 고충이 많은 것은 짐작이 가지만 자기네 이익에만 집착해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까지 거부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일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것은 역시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암참은 수시로 정부 관계자를 초청, 정책방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월엔 장영철 노사정위원장이 간담회에 참석해 "올 상반기중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도출하겠다"고 설명했고 지난달엔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이 강연회에서 "재벌들의 부당내부거래가 사라질 때까지 강력한 조사활동을 벌이고 제도적 차단장치도 보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프리 존스 회장은 지난 3월 ''2001년 연례 무역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내놓는 보고서는 더 이상 통상압력용이 아니라 한국 시장의 개선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자료"라고 말했다.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암참이 개별 통상 현안은 물론 한국 시장의 비즈니스 여건 전반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을 표출하겠다는 뜻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존스 회장은 이 보고서를 들고 지난 3월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등에 전달했다.
최근 USTR는 한국을 저작권 및 특허권 보호 부문에서 우선감시대상국(PWL)으로 지정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을 소홀히할 경우 무역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이찬근 인천대 교수는 "외국기업들은 수익성을 최고의 기준으로 제시하지만 역사적으로 국내 기업들은 수익성을 일정 부분 포기한 만큼 생기는 일자리를 노동시장에 제공해 왔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논리가 여과 없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반면 세계화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외국자본 유입으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두려워할게 아니라 외국자본의 영향력을 우리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어차피 우리 정부나 토종기업들은 정치경제적으로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로 인해 ''제 머리 깎기''를 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외자라는 외세의 힘을 개혁의 역동성으로 활용하는게 현명한 자세라는 얘기다.
유용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관치금융, 정경유착 등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는 외국인의 지적이 없더라도 반드시 해결해야할 당면과제이기 때문에 ''글로벌 파워의 힘을 빌린 수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금융이 더이상 정부의 금고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윌프레드 호리에 제일은행장의 지적은 낙후된 한국금융산업을 선진화시키는 ''쓴 약''으로 받아들여 실천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병주 서강대 교수는 "세계화의 힘을 빌려서라도 내부개혁을 해야 앞날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회전반의 개혁 잣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기업들의 주장을 ''좋다 나쁘다'' 식의 이분법으로 평하기보다는 토종기업의 경영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는 ''호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유상부 포항제철 회장은 "한국이 키운 일류 기업이 역으로 정부에 범지구적 기준의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내부적인 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기획취재부 오춘호.조일훈.장경영 기자 ohchoon@hankyung.com
* 한국언론재단 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