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첨단기술 기업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개념이 급속히 달라지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90년대 후반부터 변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21세기에 들어 전세계적으로 분명한 변화의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R&D의 역할이다.

전통적으로 R&D는 ''기업내부에서 연구하고 이 결과를 활용해 개발한다(research and develop)''는 것을 의미한다.

이 R&D의 기본 개념을 뒤흔들어 놓은 것은 ''연구자산을 가진 기술기업을 인수해 신기술 및 신제품으로 개발한다(acquire and develop)''는 A&D라고 할 수 있다.

이어서 최근에는 대학 연구소 중소ㆍ벤처기업은 물론이고 경쟁기업조차도 ''함께 할 수 있다면 이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신기술,신제품을 개발한다(connect and develop)''는 C&D 바람이 불고 있다.

물론 산업별 경쟁구조라든지 기술혁신 양태가 다르기 때문에 기업별 대응전략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통적 R&D에서 A&D나 C&D로 이동해 나간다든지 기술확보의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이들을 적절히 배합하는 전략은 분명 주목할 만한 새로운 흐름이 되고 있다.

◇스피드 개념이 변화의 핵심=전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제각기 연구소들을 설치했지만 이들의 R&D는 기본적으로 기업내부를 지향한 것이었다.

하지만 호황기에는 기업간 치열한 경쟁압력이,불황기에는 연구개발 투자의 감소압박이 이들 연구소와 R&D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 R&D의 대명사였던 대기업 연구소들은 이제 기존 경쟁기업뿐 아니라 갈수록 연구개발형 중소기업들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경쟁상황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연구개발과 제품생산이 한 수레바퀴에서 맞물려 돌아갈 정도로 시장에 이르는 시간(time to market),즉 스피드 개념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A&D와 C&D의 중요성 증대= 한마디로 더 이상 전통적 R&D 방식이 통용되지 않고 있다.

이런 변화를 선도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 비율이 10% 이상인 기업들이 수두룩한 대표적 연구집약형 제약산업이다.

제약개발에서 시장진입까지 15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많다.

실험대상 복합물중에서 의학적 응용이 가능한 것은 5천개중 하나에 불과하고,다시 임상실험을 거쳐 시장에 나가는 것은 10개중 3개에도 못미친다.

승인받은 약중에서도 R&D비용을 회수할 만큼 잘 팔리는 것은 10개중 3개정도라는 조사도 있다.

이런 위험도와 치열한 경쟁을 감안하면 제약산업계에서 R&D가 A&D로 이행해 나간 것은 당연한 생존전략이다.

제약산업에서 비롯된 A&D는 시스코시스템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IT기업들에 급속히 전파됐다.

제약산업 못지않게 연구집약도가 높으면서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IT분야 기업에도 A&D는 매력적 기술전략이었다.

하지만 기업의 시가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방식으로 A&D를 활용하면 시스코처럼 주식시장이 흔들리면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C&D가 또 다른 흐름으로 등장했다.

이 방식의 대표적 기업은 생활용품 회사인 P&G다.

그런데 첨단기술 분야일수록 ''개별기업간 경쟁''보다는 기업들의 ''네트워크간 경쟁양상''이 전개되면서 이 방식은 다른 산업으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신뢰만 바탕이 된다면 경쟁기업 보완기업 벤처기업 분사기업 그리고 대학 등과 연계하는 C&D 전략은 보다 작은 위험과 자금으로 신기술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C&D체제구축 시급하다= 세계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때문인지 전세계적으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당연히 R&D도 커다란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R&D투자를 줄이는 것은 쉬워도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 새로운 카드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기업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불황기에 일부 첨단기술 기업들은 오히려 연구개발투자를 증대시키기도 한다.

같은 규모의 연구개발투자로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전략적으로 A&D와 C&D에 눈을 돌릴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