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과학기술부 장관은 과학의 달인 4월을 맞아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과기부가 단순한 연구 프로젝트 관리부서가 아닌 국가 과학기술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과학 영재를 육성하기 위해 특정 중.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면 대학에 무시험으로 진학할 수 있게 하는 등 현행 교육시스템과 다른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데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취임후 한달이 지났는데 소감은

"우선 일을 할 수 있는 사전 정지작업이랄까,상황에 대한 판단이랄까 이런 것들을 했다.

주요 현안을 챙겨보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의 윤곽을 잡아둔 상태다.

또 상당한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갖게 됐다.

많은 일을 하기 보다는 중요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여건이 안돼 시행되지 못했던 정책을 다시 검토해 추진하겠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어서는 안된다.

후임 장관도 나의 정책을 이어가는 전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과학기술계에 새로운 바람이 일기를 기대한다"

-과학기술부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지금까지 과기부는 프로젝트 위주로 운영돼왔다.

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과학기술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짜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공무원들은 공부도 많이 하고 외국도 나가봐야 한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과기부를 보게 될 것이다.

앞으로 역동적인 파노라마가 펼쳐질 것이다"

-과학자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높은데

"문제가 있고 갈등이 있는 곳에 찾아가려는 자세만 갖고 있다면 문제는 반쯤 해결됐다고 본다.

올들어 출연연구소가 기관 고유사업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

연구원의 사기를 높이는 것이 결코 처우나 복지개선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과학기술자의 자존심과 명예를 세워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우선 과학기술자가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범국민운동이나 사회운동을 펼치겠다.

과학기술에 대한 무관심을 극복하고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하겠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과학기술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소를 하나 하나 해결하겠다"

-연구비 카드제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연구비 카드제는 취임전에 결정된 것이다.

연구비 지출시 카드를 사용토록 하는 것은 예산 낭비를 줄이고 투명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과학기술자의 자존심과 관련돼 있는 문제다.

과학기술자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구비 카드제를 실천에 옮기면서 제도를 대폭 보완하거나 아예 제도 자체에 대한 충분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연구원들의 사기 및 자존심과 관련해 매우 예민한 문제이고 시기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관계자들과 이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겠다"

-연구원의 벤처 창업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지분참여,겸직허용 등과 관련해 각 연구소가 제각각 다른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통일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벤처 창업 열기로 인해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벤처 창업은 권장해야 한다.

출연연구기관은 국가가 수행해야 하는 미래 원천 공공기술을 담당해야 하지만 민간의 영역과 겹치는 부문이 많다.

연구원들이 벤처 창업에 나서면 연구소도 활력을 찾게 된다.

생생한 산업현장의 문제의식이 연구소에 파급되기 때문이다.

벤처창업을 활성화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대덕밸리에 6백여개의 벤처기업이 몰려있다.

또 같은 지역에 엄청난 장비와 안정된 인력을 가진 연구소가 있다.

이를 결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벤처의 모험정신과 연구소의 안정된 장비가 결합하는 "윈윈 정책"이 필요하다.

장비와 연구비를 가진 연구소와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및 야성을 갖고 있는 벤처기업의 결합을 위한 방안을 조만간 마련하겠다"

-기초과학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와 내실 없이는 응용과학이나 산업기술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과기부는 기초과학에 중점을 둬야 한다.

모든 기술의 기본이 될 수 있는 원천기술이나 기본기술에 대한 투자비를 확충하고 정보기술이나 생명공학 등 새로운 분야에도 집중적인 지원을 할 것이다"

-대규모 연구사업에 대한 심사가 미흡하고 사후 평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경제가 무척 어려운 상황인데도 국가예산의 5%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는 것에 대해 눈물겹게 고맙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국민을 위해 한 푼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각오를 갖고 있다.

효율적인 예산집행을 위해서는 엄정하고 투명한 평가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성과를 높이고 낭비를 줄이는 관리방안이 필요하다.

온정주의가 만연된 상황에서 내부의 평가가 어렵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복안은

"지금까지 많은 문제가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누가 나서지 않았다.

이제 과학기술자들 스스로 나서야 한다.

과학기술을 나라의 중심으로 세우는 일인 만큼 당사자인 과학기술자가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과학기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농촌이나 오지에서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과학자가 과학서적을 보내주는 "사이언스 북 스타트"운동을 벌이겠다.

과학과 교육에 우리 미래가 달려있다.

차별화된 교육제도도 요구된다.

과학고등학교는 이미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

현행 중등교육 체제로는 과학영재를 키울 수 없다.

과학 부문에 필요한 인재를 찾아내 대학에 무시험으로 진학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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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필 ]

*1955년 충북 괴산 태생
*73년 연세대 치대 입학
*77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2년간 복역
*86년 "시인" "문학의 시대"를 통해 문단 데뷔
*88년 대학 졸업,전기관련 벤처기업 "다리시스템"창업
*88년 첫시집 "따라오라 시여"출간
*96년 15대 총선 안선서 출마 당선
*97년 대선 국민회의 TV연설팀장
*2000년 12월 민주당 대변인
*2001년 3월 과학기술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