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는 의약품 오남용의 대명사로 항생제와 함께 의약분업이 이뤄져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하지만 의약분업이 실시된 이후에도 여전히 스테로이드 처방이 줄어들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약분업 실시 예외지역에서 "만병통치약"으로 거래되고 있어 문제다.
스테로이드의 모든 것에 대해 알아본다.
[ 도움말=최경업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약제부장, 차훈석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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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약인가 =신장 옆에는 부신이라는 부속된 내분비기관이 있다.
부신은 바깥층의 피질과 내층의 수질로 나뉘는데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탄수화물대사에 주로 관여하는 것을 당질 코르티코이드라고 한다.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분자구조식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코르티솔 코르티손 코르티코스테론 등 수십가지로 나뉜다.
흔히 말하는 스테로이드제제는 이들 부신피질호르몬과 분자식이 같거나 다소 변형된 것을 일컫는다.
부신피질호르몬의 분비는 뇌하수체의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에 의해 조절되며 하루를 주기로 오전 10시~낮 12시께는 분비량이 늘었다가 밤이 되면 줄어드는 리듬을 탄다.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낮에는 각성작용을 하게 하고 스트레스나 통증같은 자극이 주어지면 더 많이 분비돼 이를 누그려뜨려 준다.
스테로이드는 1935년 부신피질에서 처음 분리돼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소염진통제로 각광받고 있다.
<> 왜 탐닉하는가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명의"라는 소문을 얻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스테로이드를 처방하기도 했다.
일부 몰지각한 약국들은 의약분업 이전은 물론 지금까지도 몇달분의 약을 복약안내도 없이 팔아왔다.
스테로이드는 실로 만병통치약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덱사메타손의 경우 아스피린보다 1백배나 강력한 염증 억제효과를 발휘한다.
류머티즘 및 퇴행성 관절염을 비롯 알레르기에 따른 피부염이나 각결막염에 특효다.
금방 숨이 넘어갈 듯 쌕쌕거리는 천식증상이나 폐부종으로 생긴 염증도 스테로이드 주사 한방이면 순식간에 좋아진다.
밥맛을 좋게 하기 때문에 식욕증진제로 오용되기도 한다.
<> 감춰진 위험성은 =스테로이드를 수개월간 사용하면 몸이 비대해지고 얼굴이 붓는다.
면역력이 떨어져 상처가 잘 낫지 않으며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가 침입할 경우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된다.
말초세포에서의 포도당 이용을 저해하고 지방을 분해시켜 포도당의 혈중농도를 높이므로 당뇨병을 초래한다.
골형성을 억제하고 골흡수를 촉진하므로 골다공증을 유발한다.
섬유아세포를 억제해 콜라겐을 소실시키므로 연골의 탄력도 떨어진다.
근육에 존재하는 단백질의 분해를 촉진하고 근육 형성을 억제하므로 근력도 약화된다.
또 목뼈도 약화되고 엉덩이관절이 괴사되기 쉽다.
심장박동과 말초혈관수축을 촉진해 고혈압을 유발한다.
소화기관에서는 속쓰림 위궤양 위장출혈을 초래한다.
또 스테로이드 성분의 안연고를 바르면 녹내장 백내장 시신경손상 각막궤양 등이 일어날수 있다.
피부에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피부가 종잇장처럼 얇아지고 모세혈관이 점차 드러나며 땀구멍이 넓어진다.
<> 오남용에 대한 경고 =스테로이드는 쓰면 쓸수록 더 많은 양을 써야 효과가 나며 결국에는 인체가 갖고 있는 부신피질호르몬 분비조절 능력을 상실케 한다.
스테로이드는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부작용이 나타날때는 복용을 중지해야 한다.
오전 9시 이전에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인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함께 상승작용을 나타내 가장 강력한 약효를 볼수 있다.
장기요법을 하는 경우에는 서서히 약용량을 줄여 두통 전신쇠약감 같은 금단증상이 덜 나도록 한다.
또 의사의 처방아래 약효가 약한 것부터 강한 것으로 점차 바꿔 가는게 바람직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