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NO! 동거는 YES!''

성에 대한 개방적인 사고가 신세대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사이버공간에 동거 희망자를 연결해주는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명 ''동거사이트''라고 불리는 이곳엔 하루에도 수십건의 동거 희망자가 등록하고 이를 통해 많은 회원들이 짝을 찾아가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혼전동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줄어드는 대신 결혼을 ''부담스러워''하는 신세대들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면서 사이트회원수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만만찮다.

◇동거사이트 현황=무역회사에 다니는 김모(34)씨.

그는 최근 한 동거사이트를 통해 자신과 방을 같이 쓸 사람을 만났고 현재 2개월째 동거하고 있다.

물론 동거 상대방은 이성이다.

또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만큼 생활비는 분담한다.

김씨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동거라는 형태로 삶을 함께 하길 원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씨같은 수요자를 위해 운영중인 사이트는 5∼6개 정도.

동거닷컴(www.dongger.com) 프리커플닷컴(www.freecouple.com) 샤필(www.shafeel.com) 프리솔로(www.freesolo.co.kr)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이트는 대부분 회원제로 운영되며 보통 정회원과 준회원으로 구분된다.

정회원의 경우 3만원 가량의 요금을 내야 하고 주민등록증사본 호적초본 사진 등을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대신 정회원은 자신이 원하는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확인한 뒤 동거의사를 전달할 수 있고 상대방이 이를 수락하면 사이트 운영회사가 이 두 사람을 연결해 준다.

가입자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동거닷컴의 경우 개설한지 몇달만에 이미 가입자수가 5천명을 넘어섰고 이중 15% 정도는 적극적으로 동거 대상자를 찾아나서는 유료회원들이다.

최근 자금사정 악화로 문을 닫은 한 사이트는 회원수가 한때 1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들 사이트는 대부분 동성간의 교제도 주선하고 있다.

한 동거사이트 관계자는 "동성간의 교제는 단순히 룸메이트를 구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동성애를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논란=이같은 ''동거조장''에 대한 시각은 찬반으로 극명하게 갈린다.

동거사이트상에서도 이러한 사회현상에 대해 격렬한 토론이 벌어진다.

''성문제는 전적으로 각자 개인이 판단할 문제''라는 의견에서부터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사랑놀음을 개탄한다''는 지적까지 다양한 논의들이 동거사이트 게시판을 채우고 있다.

동거를 빙자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다.

아예 ''돈 많은 남자를 원한다''거나 ''동거할 경우 얼마를 주겠다''는 게시물까지 등장하고 있다.

동거닷컴의 한 관계자는 "사이트 이용자들 가운데 일부가 성을 상품화하는 장으로 동거사이트를 활용하는게 사실"이라며 "이들을 사이트에서 몰아내기 위해 24시간 모니터링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대책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