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매장대, 싸구려 제품, 질 낮은 서비스...

한때 미국 최고를 자랑하던 할인점 K마트를 업계 3위로 끌어내린 고질병 증세다.

이 때문에 건강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그 결과 지난해 2억4천4백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매출도 3.1% 증가한 3백70억달러에 그쳤다.

이런 합병증을 고치겠다고 덤벼든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지난해 4월 K마트의 CEO로 취임한 40세의 찰스 코나웨이가 주인공.

미국의 대표적인 제약소매업체 CVS에서 사장겸 영업담당 최고책임자(COO)를 지낸 그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색다른 마케팅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 2일 코나웨이는 K마트 전통의 마케팅 기법인 "블루 라이트 스페셜"을 부활시킨다고 선언했다.

블루 라이트는 톱 브랜드의 제품을 20분간 할인가격에 판매하는 행사.

1960년대 시작해 1991년에 중단했다가 10년만에 다시 살아난 것이다.

소비자들은 아직도 블루 라이트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는 시장 조사결과에 기초한 결정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블루 라이트를 구식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인기품목을 넉넉히 비치하는 등 21세기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도록 최신 양념을 듬뿍 곁들였다.

세일 대상 품목의 고급화, 풍부한 물건, 질 높은 서비스가 3대 양념.

우선 할인매장대에서 재고청산하는 저가품을 싹 치워버리고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코카콜라같은 인기 제품으로 바꿨다.

"언제나 블루 라이트"라는 가격 전략 아래 샴푸 기저귀 약품 채소 같은 기초 생활용품 가격도 2~5% 인하했다.

월마트의 가격과 경쟁하기 위한 조치다.

매장에 물건이 항상 풍부하게 진열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억달러를 투입, 재고관리 시스템을 첨단화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는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고객평가제를 도입했다.

고객들이 K마트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어 쇼핑 경험의 점수를 매기는 제도다.

응답자를 늘리기 위해 1만달러의 보상금도 걸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2천만명이 응답했다.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매장실적 평가에 활용하고 있다.

성적이 좋은 매장 직원들에게는 분기별로 최대 1천2백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회사측은 이 제도 실시 이후 K마트의 고객만족도가 40%에서 55%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코나웨이의 목표는 70%.

하지만 K마트에는 커다란 전략적 고민이 있다.

최저가로 무장한 월마트, 세련되면서도 싼 값의 제품을 판매하는 타깃 등 양대 할인점의 틈바구니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코나웨이의 해법은 "아줌마 집중공략".

아줌마들의 양대 관심사인 아이들과 가정용품에 초점을 맞춘다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런 아줌마 공략으로 K마트 우량고객들의 매장 방문횟수를 현재 월 3.2번에서 4번으로 끌어 올리기만 해도 매출은 28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회사측은 추산하고 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