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스트레스 퇴직증후군 실업우울증 심리적 공황..."

요즘 한국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정신건강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단어들이다.

T S 엘리어트가 말했듯 "잔인한 달" 4월은 시대적 환경적 요인마저 겹쳐 진정 "우울한 달"이다.

정신건강의 달로 정한 4월을 맞아 자신감 회복방안과 정신과적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 해고스트레스 =작년 가을부터 다시 몰아닥친 구조조정의 여파로 동료가 원수처럼 느껴지고 친구들이 술자리에 부르면 왠지 자신이 초라해져 기피하게 된다면 이는 분명 해고스트레스다.

잠이 잘 오지 않고 자더라도 선잠을 자서 잔 것 같지 않다.

새벽부터 잠에서 깨지만 하루를 시작하기 두렵고 아침부터 기운이 없고 피곤하다.

체중도 수kg씩 줄어든다.

무슨 병이 있나 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이상은 없다.

혹시 내가 "정리" 또는 "퇴출"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느끼는 스트레스지수는 중병에 걸린 것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불안장애나 우울증이 생기면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 퇴직증후군 =퇴직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서 관찰되는 퇴직증후군.

그동안 자기가 추구하고 누려 왔던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 소속감과 성취동기, 그밖의 심리적 지지기반이 송두리째 날아가면서 처음에는 분노감으로 표출되다가 나중에는 우울증으로 변한다.

90년대 들어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대량 실직이 일어난 일본은 "버블 바이러스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강하던 일본인들은 안정적인 기업풍토가 뿌리채 흔들려 수많은 직장인이 정신과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거식증 대인기피증 우울증 환자가 최근 수년새 연간 2~3%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도 조기 퇴직자의 7% 가량이 우울증 환자다.

<> 실업우울증 =취업난이 최악이다.

정규직은 물론 임시직 일용직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제 갓 고교나 대학을 졸업했는데 일자리가 없는 취업준비생들은 의기소침해지고 자포자기에 빠지기 쉽다.

날개도 펴보지 못한채 막막한 하늘을 바라보는 새같은 심정이다.

식욕부진으로 영양결핍현상이 생기고 폭음과 과도한 흡연을 하게 된다.

평소 비관적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걸리기 쉽다.

<> 극복 방법 =해고의 불안에 떠는 사람들은 "이것이 아니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유연한 자세로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게 필요하다.

스트레스에는 다양한 유형과 강도가 있을뿐 언제나 우리는 스트레스와 친구이자 적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갖는게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띠고 있다.

스트레스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적극적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게 필요하다.

가족의 넓은 이해와 배려도 필수적이다.

조기퇴직 또는 실직자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자신이 사회에서 아무 쓸모도 없고 사회로부터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현재의 경제상황이 일시적으로 실직을 초래한 것이지 자신이 필요없는 인간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의 인간적 존엄성과 존재가치를 잊어서는 안된다.

도전해 볼만한 보람있는 일거리를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취업생들은 "시련은 긴 인생으로 보면 아주 일시적인 것이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것이다" "나보다 더 큰 시련을 받는 사람도 많다"는 식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그만큼 효과가 나타나 실제로 일이 잘 풀린다.

<> 정신과적 치료 =사고방식의 전환만으로 치유되지 않고 불면 식욕저하 불안 초조 우울감이 수일간 지속되는 경우에는 뇌신경 전달물질 분비를 원활하게 해 기분을 전환시켜 줄 수 있는 항우울제를 복용한다.

전문의의 진찰과 처방아래 3~4주 이상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인식과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는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자신이 처한 환경, 미래에 대한 불신,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도움말=오강섭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