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란 이익을 남기기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한 것이다"

최인호씨의 소설 ''상도(商道)''(전5권,여백)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요즘처럼 어려운 때에 가장 절실한 게 사람과 믿음이라는 가르침이지요.

이 작품은 작은 이익에 매달리는 상술(商術)이 아니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상도(商道)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설득력있는 메시지에 재미까지 더해져서 넉달새 80만부 이상 팔렸습니다.

지금같은 추세라면 곧 1백만부를 넘기고 9월부터 TV드라마로 방영되면 열기가 더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왜 이렇게 인기일까요.

무엇보다 주인공의 인물 됨됨이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2백년 전 의주 상인 임상옥.

그는 사농공상이라고 해서 제일 밑으로 치던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조선 최고의 거상이 됐지요.

금싸라기같은 인삼을 불태워버림으로써 중국 상인들을 굴복시켰던 배포도 갖췄습니다.

그의 입신과정보다 성공한 뒤의 행동이 더 감동적입니다.

''상(商)''으로 쌓아올린 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말년에는 시인이 되어 유유자적한 ''도(道)''의 아름다움 말입니다.

그가 가장 중시한 것은 신용이었습니다.

''사람''과 ''신용''이 장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이윤이며 자산이라고 말했지요.

유언도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인기 요인은 임상옥처럼 정도를 지키려는 이 땅의 수많은 기업인들입니다.

그들은 책 속의 진정한 CEO(최고경영자)상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봅니다.

이미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임원들이 단체로 구입했고 중외제약이나 무역대리점협회 전국 회원 등 많은 경영진이 앞다퉈 읽었습니다.

샐러리맨들도 대화 중에 자주 이 책을 인용합니다.

어떤 사람은 "임상옥이 행한 상업지도(商業之道)와 회사를 다니며 내가 추구해야 할 업무지도(業務之道),대인관계에 있어서의 인간지도(人間之道)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하더군요.

이 책에 우리 사회의 단면이 그대로 비쳐집니다.

작가도 "경제상황이 어려워 걱정했는데 오히려 더 잘 팔리는 바람에 놀랐다"고 합니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어떤 본보기나 메시지,위안 같은 것에 목말라하고 있었다는 말이지요.

"열심히 일하는 기업인들이 몇몇 때문에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걸 안타깝게 여겼는데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자부심을 느낀다는 격려를 해줘 뿌듯합니다"

최인호씨는 책이 팔리는 만큼 오갈 데도 많아졌습니다.

하기야 옛날에도 늘 화제를 몰고 다녔지요.

고교 2학년(18세)때 신춘문예로 등단해 교복 차림으로 상을 받았고 최연소 신문연재 작가가 되어 ''별들의 고향''을 히트시켰던 일.

그 때문에 술집 아가씨들이 너도나도 ''경아''로 가명을 바꾸게 된 일화도 유명하지요.

영화화된 작품만 20편이 넘었습니다.

시대 흐름을 잘 포착하고 사람의 감수성을 절묘하게 건드려주는 그의 ''문학 콘텐츠''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문화상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