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심어놓은 나무가 얼어죽는걸 막기 위해 산골짜기에서 밤을 지샌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눈이라도 내리면 자다가도 일어나 산으로 뛰어 올라갔지요"

5일 제56회 식목일을 맞아 모범독림가로 선정돼 철탑산업훈장을 받는 충북 영동군 영동읍 계산리 677의 1 고석구옹(78).

지난 68년 고향인 영동군 용화면에 임야 10 를 구입,처음 조림을 시작한 그는 지난 30여년간 2백7ha의 임야에 55만2천여그루의 나무를 심어 이 일대에서는 "나무 할아버지"로 통한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에 올라가 나무를 돌보는 탓에 동네주민들은 고옹을 만나면 으레 "산에 잘 다녀오셨습니까"라고 인사를 할 정도다.

"젊은 시절 강원도와 충청도 지방을 여행하면서 소나무와 전나무숲이 울창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고 국토의 65%가 산림인 "우리나라의 힘"은 역시 나무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굳혔지요. 이때부터 닥치는 대로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당시 대부분 산주들이 하던대로 무작정 낙엽송 잣나무 리기다소나무를 조림하다보니 회수기간도 길고 경제성이 크게 떨어졌다.

때마침 전남지방에서 삼나무와 편백을 양묘해 일본에 수출, 화도 벌어들이고 나머지 묘목은 조림을 해 가득성 높은 경제수종으로 육성한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트럭을 몰고 단숨에 전남양묘협회가 있는 광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들 수종은 따뜻한 곳이 아니면 동해를 입어 조림에 실패한다며 산림당국에서조차 극구 만류했다.

"기존의 수종으로는 더 이상 승부할 수 없다는 생각에 담당자를 졸랐지요. 그래서 전남지방에서도 비교적 기온이 낮은 화순에서 양묘한 묘목을 구입, 험조림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나무도 생명체인 이상 친자식처럼 돌보면 안될것이 없다고 결심하고 반드시 성공하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고향으로 묘목을 가져온 그는 우선 계곡부와 중복부 산정부로 나누어 다양한 식재 실험에 들어갔다.

그 결과 계곡부의 전면 풀베기를 한 곳은 70%정도가 동해를 입은 반면 정상부의 풀베기를 안 한곳은 1백% 생육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때문에 그는 남쪽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믿었던 삼나무와 편백나무의 식재를 중부지방으로까지 넓힌 일등공신으로 기록되고 있다.

고옹은 풀베기 덩굴제거 간벌 등 천연림 보육사업은 물론 산불예방 활동에 이르기까지 산림과 관련된 일이면 나이도 잊은채 언제나 맨 앞에 나선다.

뿐만아니라 자신의 산림 사업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지역 표고재배농가에 무상 공급하는가 하면 자신의 땅을 도로용지로 선뜻 내놓기도한다.

또 마을주민들을 위해 농산물 창고를 지어 무료로 대여하는 등 줄을 잇는 선행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영동병원 입원환자중 20여명이 병원비를 내지못해 퇴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신 병원비를 지불해주는 등 수많은 선행을 베풀어왔다.

이 때문에 주위사람들은 우리에게 항상 많은 혜택을 주는 산림과 평생 나무를 가꿔온 "산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일맥상통한다며 한 목소리로 칭송하고 있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