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으로만 따진다면 한 우물을 판 우리가 정말 자신있습니다" 코스닥 등록을 눈 앞에 둔 디지털 셋톱박스 전문업체 한단정보통신 이용국(44) 사장은 자신있게 말한다.

이 사장은 종합상사인 선경(현 SK글로벌)의 유럽 지사장 시절부터 아날로그 수신기와 무선전화기 등을 생산하는 정보통신 산업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 97년 프랑스에서 귀국해 선경 본사에서 부서장직을 맡았던 그는 한국의 이동전화기 등 통신산업은 힘차게 발전하고 있는 반면 디지털 방송은 지지부진하다고 판단했다.

과거 아날로그 수신기 시대의 명성을 지키기는 커녕 완전히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당시 국내에선 디지털방송이 초기라 몇몇 업체들만 디지털 셋톱박스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 사장은 현재 기술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박중제 상무와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백운동 상무 셋이서 의기투합해 셋톱박스를 직접 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뜻만 있을뿐 실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자금이 없었다.

그래서 회사설립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찾은 곳이 투자회사인 STIC(대표 도용환). 이 사장은 STIC에서 한단정보통신을 창업할 의지를 밝히고 "생산은 모두 외주로 돌리고 개발과 마케팅만을 맡는 고부가가치의 전문 회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기술력을 최우선하겠다는 것은 물론이다.

아울러 재무관리는 STIC의 전문 인력으로부터 전적인 지원을 받기로 했다.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설립추진 당시는 경영권 방어에 집착한 나머지 투자기관의 경영지원을 간섭으로 여기며 극도로 꺼렸던 시절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 사장의 적극적인 아웃소싱 경영전략 제안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것은 물론이다.

사업성과 인력들의 자질을 높이 평가한 STIC으로부터 12억원의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시작된 한단정보통신은 창업초기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당초 계획대로 제품생산을 국내외 6개 협력업체에 1백% 맡기고 있어 업계에 주목을 받고 있다.

모든 역량을 신기술 개발과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쏟아붓고 있다.

직원 수가 단 46여명에 불과한 이유다.

지난해 정보통신부 선정 유망중소기업 50여개 업체중 직원 수가 가장 적은 곳이 바로 한단정보통신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5백10억원 매출에 순익 38억원을 남겼고 올해는 1천5백억원 매출에 1백50억원의 순익을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셋톱박스 수출 전문 기업으로 98년 4백40만달러,99년 1천7백40만달러,지난해 4천5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수출쪽에서만 매년 2백50%씩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올해는 1억2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처음부터 국내가 아니라 세계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벌인 한단정보통신의 이용국 사장은 "디지털 셋톱박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많지만 경쟁력있는 신제품 개발로 이겨내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02)3453-0999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