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회사''가 있다.

명퇴 등 실직경험이 있는 ''기막힌 인생''들만 일하는 회사다.

서울 양재동 은광여고 옆에 있는 도원엔지니어링이 바로 화제의 주인공.

중소규모 공장을 설계 시공해 주는 업체다.

이 회사의 임직원은 73명.

이들은 모두 타의에 의해 ''백수''가 됐던 상처를 갖고 있다.

퇴출자만으로 회사를 만든 주역은 윤해균(49) 사장.

그는 동아엔지니어링의 사업개발부장이었다.

10여년간 몸담았던 동아엔지니어링이 외환위기 여파 등으로 지난 98년 5월 문을 닫으면서 졸지에 실직자가 됐다.

두달간 실의 속에서 방황하던 그는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며 퇴출자 출신들만으로 회사를 차려 플랜트 설치업체로 급성장하고 있다.

사원들의 회사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회사에서 쫓겨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밤낮없이 똘똘 뭉쳐 시공현장에서 땀흘려 일한다.

덕분에 벤처공장을 턴키방식으로 설립해 주는 일괄수주공사(EPC) 사업을 시작한지 2년만에 이 분야 선두업체로 올라섰다.

이들은 농심의 평택 식용유 저장터미널 등 12개 플랜트를 시공중이거나 완공했다.

말레이시아로부터 연산 90만t 규모의 에틸렌 플랜트를 수주했다.

올 매출은 1백억원을 바라본다.

이 회사가 창업하면서 줄곧 성장한 것은 아니다.

창업후 4개월간은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했다.

그런데도 임직원은 열심히 일했다.

일할 수 있는 터전을 잡았기 때문.

또 다시 퇴출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굳은 의지도 한몫 했다.

지난해초 이들은 돈을 버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엔지니어링 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옷장사를 하기도 했다.

윤해균 사장도 옷장사에 나섰다.

장사 하러 가기 전날 밤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과연 해낼수 있을까 걱정이 돼서였다.

새벽 동이 트자 유아복들을 승용차 트렁크와 뒷좌석에 싣고 경기 신갈 오거리에 있는 신미주아파트에 가서 팔았다.

"땡처리(재고 완전세일)"인데다 유명 브랜드 덕분에 하룻동안 이 아파트에서만 60만원 어치를 팔았다.

퇴출당한 이후 6개월만에 처음으로 번 돈을 거머쥐고 집으로 돌아오며 눈물을 흘렸다.

퇴출의 아픔을 극복해낸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를 당한 퇴출자들만을 뽑았다.

동아그룹에 사업개발부장으로 일할 때 모시던 개발담당 이사인 김한필(58)씨를 전무로 영입했다.

이어 동아그룹 출신 엔지니어 20명을 채용하고 한라중공업 퇴출자 4명, 대우 퇴출자 2명, 신아건설 퇴출자 2명 등을 뽑았다.

퇴출자만이 모인 덕분에 의사소통이 자유롭다.

매주 한번씩 회사근처 역말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자유롭게 얘기한다.

윤 사장은 오는 4월말 독일의 파지텍과 합작으로 첨단검사기기 업체를 설립한다.

이 회사도 퇴출자만 20명 고용할 계획이다.

윤 사장은 "퇴출자는 영업이나 현장경험 등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어 장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퇴출자를 고용해 인건비 부담을 낮추고 노하우를 활용하는 업체가 많다.

이런 경험이 한국에서도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 같다.

(02)575-2797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