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 장관 자리가 언제부터 자민련 티켓이 됐습니까"

"김기자, 2류 부처에 출입해서 뭐합니까. 빨리 출입처 옮기시죠"

신국환 장관이 경질되고 장재식 신임 산자부 장관이 취임한 26일.

산자부의 국장급 이상 간부들의 얼굴은 하루종일 굳어 있었다.

중간 간부들은 ''후배들 보기가 민망하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한결같이 입을 다물었다.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거친 발언이 여과없이 튀어 나왔다.

상하관계가 분명한 공무원 사회에서 이런 격앙된 반응이 나온건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사실 산자부는 개각날 아침까지도 신 전 장관의 유임을 희망했고 실제로 그렇게 될 것으로 믿었다.

청와대 발표에 앞서 새 장관 명단이 언론에 흘러나온 순간에도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에 바쁠 정도였다.

한 국장급 인사는 이런 말을 했다.

"국민의 정부 출범후 박태영 장관부터 신임 장관까지 다섯명의 장관이 부임했지만 박 장관을 제외하고는 7∼8개월만에 물러났다. 장관 재임기간이 23일에 그치기도 했던 교육부에 비기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다른 관계자가 옆에서 말을 거들었다.

"신임 장관 개인이 싫어서가 아닙니다. 언제부턴가 산자부는 개각 얘기가 나오고 정치인 입각 소문이 퍼지면 불안해집니다. 이번에도 (장관이) 갈리는게 아니냐는 반응이 따라나오죠"

그는 "한때 재무부 기획원과 함께 3대 경제부처로 꼽히던 상공부의 자존심은 완전히 무너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같은 정서를 아는지 장 장관은 취임식에서 "막중한 자리를 맡아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능력있고 똑똑한 직원과 일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밖에 있을 때 산자부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금 분위기로는 신임 장관의 ''산자부 치켜세우기''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좌절감이 쉽게 치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치 논리에 따라 산자부 장관 자리가 하룻밤새 좌지우지되는 것을 이미 몇차례나 경험했기 때문이다.

정치인 출신의 힘있는 신임 장관은 출발부터 해결하기 힘든 숙제를 안고 있다.

김수언 경제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