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의류를 전문적으로 수입하는 일본인 바이어 나이토 겐민은 최근 기자에게 이런 얘기를 했다.
나이토는 2년전부터 한달에 한번 꼴로 동대문을 찾고 있는 ''한국통''.
상인들로부터 일처리가 확실하고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이런 얘기를 꺼낸 것은 연간 약 19억달러어치를 해외에 팔고 있는(무역협회 추정) 동대문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그는 "일본정부는 최근 한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의류 등에 대해 통관절차를 크게 강화했다"며 "이유는 원산지 표시가 제대로 안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일본측 바이어들의 요구로 "유명 해외브랜드의 상표만 붙인 가짜상품이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나이토는 또 "일본 타월협회가 원산지나 품질표시 없이 수입되는 중국산 타월의 수입을 엄격히 제한해줄 것을 일본정부에 요청하는 등 한국과 중국의 저가상품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며 일본 현지의 최근 분위기도 전했다.
문제는 우리 상인들이 이같은 해외시장의 변화에 너무 둔감하다는데 있다.
상품 관리를 강화하고 서비스마인드로 철저히 무장해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얼마 이상이 아니면 우리 매장에서는 아예 물건 살 생각은 하지도 말아라"는 식으로 바이어들에게 배짱을 퉁기는 경우가 허다한게 동대문의 현실이다.
무역협회 외국인 구매안내소의 고동철 소장은 "동대문은 이제 싼 가격으로 밀어붙이다 외국인들에게 외면받을 것인지, 아니면 좋은 품질에 최고의 서비스까지 더해 계속 사랑받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온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그 선택의 주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동대문 상인들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동대문이 환골탈태의 정신으로 거듭 태어나 ''국제적 패션의 메카''란 명성을 계속 지켜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송종현 생활경제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