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리더인 세바스찬 케인은 ''인간을 투명하게 만드는 물질''을 개발한 뒤 자신이 직접 실험대 위에 오른다.
정맥주사를 통해 물질을 투여하자 피부에서부터 근육 내장 뼈에 이르기까지 신체의 일부가 하나씩 투명하게 변한다.
너무나도 사실적인 이 장면에 관객들의 이성은 잠시 마비된다.
''인간을 투명하게 만드는 물질''이 과연 가능한가,''음식물이나 배설물은 왜 투명해지는 걸까''하는 고리타분한 질문은 한순간 잊어버린다.
그러나 그럴듯해 보이는 이 장면에는 과학적인 오류가 있다.
투명하게 만드는 물질은 정맥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흘러들어 온몸으로 퍼진다.
그렇다면 묘약이 혈관을 통해 처음 효과를 발휘하는 곳은 혈관이 관통하는 심장과 주요 장기부분.
따라서 모세혈관으로 연결된 피부는 마지막으로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영화 속 장면은 이상하게도 피부에서부터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시각효과를 위해 과학적인 구성이 희생된 대표적 예다.
피부가 맨 마지막으로 사라진다면 신체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주기 힘들다.
과학적인 구성을 희생하는 대신 시각적 효과를 살리자는 것이 감독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투명인간''은 1897년 HG 웰스가 소설로 다룬 이래 지금까지 여러 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투명인간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가장 유명한 주장은 우리가 투명인간을 보지 못하듯 투명인간도 우리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수정체에서 굴절된 빛이 망막에 상으로 맺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투명인간은 투명한 망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망막에 아무런 상이 맺히지 않는다.
따라서 투명인간도 우리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투명인간에게는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자신의 발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발과 계단 사이의 거리감이 전혀 없다.
따라서 계단에서 구르기 십상이다.
길을 건널 땐 차 조심을 해야 한다.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 꿈꿔 본 투명인간.
아무래도 투명인간은 꿈으로만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연구교수 jsjeong@complex.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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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연재됐던 "전통속의 첨단과학"을 마치고 오늘부터 "정재승의 영화속 과학이야기"를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