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해고의 계절이다.

수요감소와 자금난에 몰린 첨단기술회사들이 종업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아마존 인텔 야후 등 신경제 일등공신들도 예외가 아니다.

구경제회사들도 찬바람을 타기는 마찬가지다.

최고경영자들의 머릿속에 ''해고=경비절감+생산성향상''이란 등식이 각인돼 있기는 신.구경제 모두 한가지인 모양이다.

그러나 최근 해고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해고가 기업을 살리기 보다는 기업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논리다.

지난 90~91년 경기침체기때 해고와 기업업무수행의 관계를 연구한 학자나 컨설턴트들은 대부분 당시 다운사이징이 소리만 요란했지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었다고 진단한다.

이른바 ''해고무용론''이다.

대표적인 학자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을 역임한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학 교수.

그는 "해고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며 "90년대초 다운사이징으로 인한 원가절감이 기업을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해친 경우가 많았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경영 컨설턴트들의 연구결과도 다르지 않다.

"해고를 통해 원가절감을 시도한 기업의 68%가 5년간 이익을 늘리지 못했다"(머서 경영컨설팅)

"대량해고나 반복적인 해고를 실시한 기업들은 3년간 동업종 기업들의 평균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했다"(Bain&Co)

"다운사이징 후 수익목표를 달성한 기업은 절반도 못된다"(왓슨 와야트 월드와이드)….

이유는 간단하다.

살아남은 종업원들의 업무량이 많아지고 사기가 떨어지는게 주요 요인이라는 것.

직장내 대화단절은 물론 특정고객이나 거래처를 다루는 노하우 등 조직내의 은밀한 지식들이 없어지는 것도 한몫한다.

최근들어 해고 대신 무급휴가제 도입 등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해고를 하지 않으면 종업원들이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물론 고객들에게도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할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급격한 경기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실업률이 다시 올라가지 않는 배경에는 바로 이같은 ''해고무용론''이 자리잡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