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한국출신 연주자나 성악가 무용수는 대부분 여성들이다.

워낙 많은 여성들이 공연예술계에 종사해서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조수미 홍혜경 정경화 장영주 장한나 등의 이름을 이어가다 보면 "그래도 대단하다"란 생각이 든다.

이들은 세계 음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소프라노 조수미(38)는 지난해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다.

뮤지컬명곡들을 담은 크로스오버 음반 ''온리 러브(Only Love)''가 국내 시장에서 60만장 이상 팔리면서 대중가요를 제외한 최고 인기음반으로 자리잡았기 때문.

그는 세계 각국 오페라무대에서 각광을 받던 것과는 전혀 다른 즐거움을 맛봤다고 한다.

대중과 함께 하는 음악인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 클래식음악의 대중화가 얼마나 큰 반향을 몰고 오는지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 음반을 낸 것을 계기로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에서 클래시컬 엔터테이너로 변신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2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5년만에 연 독창회도 클래식과 뮤지컬곡으로 다양하게 꾸며 화제를 모았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53)는 세계 무대에 우리나라 음악인의 우수성을 알리기 시작한 1세대라 할 수 있다.

1967년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음악계에 데뷔한지 벌써 34년이 흘렀다.

그는 그러나 아직 할 일이 많다고 한다.

베토벤 브람스에서부터 바르톡까지 섭렵한 그지만 아직 모차르트곡은 음반으로 내지 못했다.

워낙 강력한 파워와 감정이입으로 연주하는 정경화 스타일이 모차르트에는 잘 맞지 않았던 탓일까.

올해 정경화의 모차르트 소나타 음반이 나올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21)는 이제 ''신동''이란 찬사는 싫다고 한다.

''바이올린의 혼을 켜는 연주가''란 소리를 듣고 싶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얘기한다.

20대로 들어선 그는 이제 성숙미가 풍기는 연주자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장영주는 또 지난해 입학을 연기한 하버드대에 올해부터 다닐 예정이다.

줄리어드음대 3학년으로 음악공부를 하면서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기 위해 하버드를 함께 다니기로 했다.

올해 연주는 오는 6월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협연, 테너 플래시도 도밍고와의 음반 녹음 등이 잡혀 있다.

첼리스트 장한나(18)도 최근 음대로 진학하지 않고 하버드대에 입학하기로 했다.

장영주와 달리 장한나는 음대에는 다니지 않고 하버드대에서 철학공부만 할 계획이다.

장한나와 자주 협연한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가 의학박사이자 고고학자인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있다.

장한나에 대한 세계 음악계의 관심은 지대하다.

지난해 1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과 함께 독일 뮌헨에서 베토벤 ''3중협주곡''을 연주했을 정도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무용인으로는 발레리나 강수진(34)씨가 첫손에 꼽힌다.

그는 ''동양의 진주''라는 격찬을 받으며 연 2백50회 이상 공연하는 월드발레스타다.

뛰어난 테크닉과 풍부한 감정표현이 압권이라는 평.

강씨는 지난 8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최연소 입단하는 기록을 세웠고 97년부터 수석발레리나로 활약중이다.

99년엔 발레계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리는 ''브노아 드 라 당스''에서 베스트 댄서 상을 받았다.

천부적 재능을 갖춘데다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장규호.김혜수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