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차 처리에 대한 아더 앤더슨의 최종 보고서를 대부분 수용할 방침이어서 대우차 해법은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보고서에 대한 관심은 ''국민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우차를 어느 정도 뜯어고쳐야 제너럴 모터스(GM)를 비롯한 원매자들이 매력을 느낄 것이냐''는 것이다.

보고서의 톤을 종합해 보면 대우차는 ''생산능력의 절반을 감축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살릴 부분만 확실히 골라내면 구미가 당기는 매물''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대우차를 조기 매각하기 위해선 단시간에 과감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채권단이 ''보장''을 해줘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더 앤더슨의 제안대로 국내 생산능력을 1백5만대에서 56만대로 줄이고 인력 감축을 제대로 수행할 경우 대우차의 시장 가치는 기대 이상으로 나온다.

보고서는 앞으로 부평공장 폐쇄 등 ''다이어트'' 기간을 2년 정도로 잡고 오는 2003년부터는 대우차의 영업이익률이 7.9%, 공장가동률은 81.1%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작년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현대자동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대우차는 규모의 경제라는 관점에선 ''홀로서기''가 어렵지만 GM 같은 큰손이 탐낼 가치는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 GM, 인수 나서나 =아더 앤더슨의 제안은 GM이 가장 원해 왔던 방안이다.

GM은 정부와 채권단이 다른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실천의지와 ''타임 스케줄''을 유심히 지켜 보면서 신축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GM 관계자는 "사업성과 전략적 가치가 인수 여부와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채권단이 대우차의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줄 것인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김학주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수시장만 놓고 볼 때 현대와 비슷한 영업이익률(7%)을 올릴 수 있다면 높은 기술력을 갖춘 GM으로서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아더 앤더슨의 계산대로 매년 영업이익을 3천5백억원 정도 내고 인수자금을 6.5%대 금리로 조달할 경우 약 3조8천억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 정부의 선택은 =아더 앤더슨의 보고서를 놓고 정부와 채권단은 대우 노조의 동향 등 여러 변수들을 살피겠지만 궁극적으론 전면 채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진통 등 거쳐야 할 ''통과의례''들이 많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아더 앤더슨 방안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와 채권단의 시각이다.

아더 앤더슨은 구조조정 이후 대우의 장래를 ''장밋빛''은 아니지만 ''생존 가능''으로 평가하고 있어 정부와 채권단을 고무시키고 있다.

정부는 ''꼬이기만 하는 경제상황에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라도 대우차를 조속처리해야 한다''는 상황인식을 하고 있어 이번 보고서를 내심 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단순 참고자료는 아니다"면서 "현실에 맞게 걸러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방향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로 미뤄 볼 때 향후 GM과의 매각협상은 급진전될 공산이 커 보인다.

조일훈.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