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각국의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중앙은행 총재들이 요즘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 때도 없었던 것같다.

일부에서는 "중앙은행 총재들의 수난시대"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28일과 다음달 1일에는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또 한차례 시험대에 오른다.

◇ 중앙은행 총재 수난시대 =취임 이후 국제금융시장을 한 손에 주물렀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그린스펀 의장에 대한 환상(syndrome)이 올들어서는 깨지고 있다.

이미 단행한 두차례 금리인하 조치가 너무 늦었다는 비난과 함께 어제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사임설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 총재는 더 곤혹스럽다.

지난해 8월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포기했던 제로금리정책을 복귀해야 할 정도로 최근 일본경제 사정이 안좋다.

일부에서는 하야미 총재의 퇴진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빔 뒤젠베르크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좀 색다른 사안으로 골치를 썩이고 있다.

내년 3월 유로화 통용을 앞두고 좀처럼 유럽국민들의 인식이 높지 않아 벌써부터 연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도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더욱 어렵다.

많은 개도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교체된 데에 이어 최근에는 에르첼 터키 중앙은행 총재가 금융불안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전철환 한은 총재의 ''국채 과열경고'' 발언에 따른 파문도 가시지 않고 있는 상태다.

◇ 또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먼저 그린스펀 의장이 28일에 열릴 미 하원 은행위원회에서 두차례 금리인하 이후 미국경제 상황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혀야 한다.

이날 발표될 지난해 4.4분기 국민총생산(GDP) 수정치가 속보치보다 더 낮게 나올 것으로 예상돼 그린스펀의 심기는 편하지 않을 것같다.

같은 날 하야미 총재도 일본은행 정책협의회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입장을 확정해야 한다.

특히 대세로 기울고 있는 제로금리정책으로의 복귀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 지가 주목되고 있다.

다음달 1일 뒤젠베르크 총재도 유럽중앙은행 정책집행이사회에서 최근 들어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금리인하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일부 회원국에서 인플레 요인이 만만치 않아 물가안정을 최우선시하는 뒤젠베르크로서는 선뜻 의견을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철환 한은 총재도 이번주내에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할 경우 국채 과열경고 발언에 따른 시장참여자들의 비난은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

◇ 어떻게 위상을 다시 찾나 =최근처럼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곤혹을 당하는 것은 그만큼 경제여건이 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경기가 침체국면에 놓여 있을 때에는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돼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의도한 대로 시장참여자들이 반응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시장참여자들이 의도한 대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신뢰가 높아야 한다.

다시 말해 중앙은행 총재가 ''시장과 싸워서는 안된다(don''t fight with market)''는 의미다.

정책수단으로는 철저한 현실파악과 정확한 시장안목을 갖고 시장참여자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하는 ''도덕적 설득(moral suasion)''을 중시해야 한다.

동시에 정책시기가 중요해 지는 만큼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위상이 강화돼야 의도한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