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불안으로 국내증시가 다시 비틀거리고 있다.

나스닥지수가 3일 연속 급락하면서 2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소식에 22일 종합주가지수는 2% 가까이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무려 약6%나 곤두박질쳤다.

허약한 국내 증시 체질이 그대로 드러났다.

뉴욕증시 불안의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외국인이 대규모 "팔자"에 나서자 주가가 급격히 미끄럼을 탔다.

전문가들은 해외요인이 국내증시를 짓누르는 상황이 당분간 불기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초부터 지속된 금리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으로 돈이 유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투신사등 국내 기관의 주식매수여력이 한계에 봉착,외국인 매물을 받아줄 데가 없는 점이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나아가 나스닥지수의 급락세가 암시하듯 미국경제의 불확실성은 국내경기 전망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 전환=외국인은 올들어 3조3천억원 가량을 순매수,돈 가뭄으로 시름했던 국내 증시에 단비를 뿌렸다.

이에 힘입어 종합주가지수는 20% 가량이나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자금 여력이 생긴 개미군단의 활발한 참여로 55% 이상 급등했다.

물론 이런 과정은 지난 1월중 나스닥지수가 23% 가량 오르면서 이뤄졌다.

그러나 2월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나스닥지수가 추가 상승을 멈춘 데다 외국인의 매수금액도 줄었다.

최근 며칠새 나스닥이 수직 하락하자 외국인은 ''팔자''로 돌아섰다.

이날 양 시장에서 외국인은 1천억원어치 가량을 순매도했다.

나스닥지수의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외국인 매도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증시 유동성 부족=외국인이 매도세를 지속할 경우 이를 받아줄 데가 없다.

투신사 등 국내 기관은 주식을 살 자금 여력이 별로 없다.

올들어 투신권으로 10조원 이상이 순유입됐지만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들어왔다.

최근 이틀간 외국인 매물이 집중된 SK텔레콤 한국통신 삼성전자 등 지수 관련 핵심블루칩이 반등다운 반등 없이 급락세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한 투신사 펀드매니저는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줄 힘이 없다고 판단한 국내 기관이 손절매(Loss cut) 물량을 덩달아 내놓으면서 지수 하락을 부추기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개인 자금도 요지부동이다.

고객예탁금은 8조원 대에서 정체돼 있다.

올들어 금리가 줄곧 하락하면서 시중 부동자금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지만 주식시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전망=나스닥지수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는 상승세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론 나스닥지수가 더 떨어지고 외국인 매물이 끊이지 않으면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이탈하려는 조짐은 아직 없다"면서 "주가가 더 떨어지더라도 거래소시장의 경우 560선에서 지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절대적인 저금리 수준과 주가의 저평가 상태를 감안하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란 관측이다.

동원경제연구소 정동희 연구원은 "나스닥의 향방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이날 한때 80선이 붕괴되는 등 시장 에너지가 약화됐다"면서 추가하락 가능성을 점쳤다.

김동민·장진모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