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은 올해 중소기업을 위한 주요 업무계획을 확정했다.

언뜻 보기엔 지난해말 마련했던 2001년 중소기업 육성 시책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듯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벤처기업육성 시책이 1위에서 3위로 내려간 점이다.

지난 3년간 한번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던 벤처기업 육성이 세번째 자리로 내려갔다는 것은 정부정책에 뭔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벤처의 자리를 빼앗은 1위 시책은 바로 중소 제조업체의 IT(정보통신)화 추진. 2위는 중소기업들의 기술혁신 지원이다.

중기청은 지난 3년간 ''헌신짝'' 취급하던 제조업과 전통산업 부문을 이번에 다시 거둬들이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중기청은 예산배정에서도 중소공장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등 제조업체를 위한 12가지 사업에 신규 예산을 내줬다.

특히 중소기업협동조합들이 곤경에 처해 있어도 본체만체하던 중기청은 조합을 통한 단체수의계약 확대를 위해 간담회를 여는 등 다시 눈길을 던졌다.

부산의 신발산업은 그야말로 헌신짝 신세였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부산의 신발, 익산의 귀금속, 대구의 안경테 등 지역 특화산업에 대해 자금지원을 다시 해주기로 했다.

중기청은 앞으로 3년간 40개 특화산업을 지정, 지원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문화산업 부상에 발맞춰 말라죽기 직전인 특화산업에도 드디어 물을 뿌리려는 중이다.

또 부품산업 육성 시책과 수출금융을 부활시키고 재래시장 상인들까지 중소기업 지원 시책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정부의 이같은 변화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두가지로 나눠지고 있다.

벤처업계는 요즘 가뜩이나 벤처부문의 경기가 주저앉고 있는데 정부까지 이를 포기하는 인상을 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변한다.

이에 반해 중소 제조업계는 이제야 겨우 정통산업부문이 기를 펼 수 있게 됐다고 안도한다.

이들은 정통산업이 더 이상 ''헌신짝''이 아니라는걸 정부 스스로 인정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치구 벤처중소기업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