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옮겨보니 낯선 게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재미도 있고 새로운 열정도 생기는 것 같아요"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29층에 있는 전자상거래 솔루션 전문업체 웹나라(대표 고명길)의 성두현(40)재무담당 이사.지난1월 포항제철 자금관리실 과장에서 지금 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요즘처럼 대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드문 상황에서도 그의 결심은 확고했다.

"10년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도 같았죠.그래서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기로 하고 벤처행을 결정했습니다" 성 이사의 이력은 타사 CFO(재무담당 최고임원)와는 달리 이색적이다.

그는 한양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공학도 출신이지만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파이낸스 전공으로 MBA(경영학석사)를 받았다.

포항제철에 입사해 투자기획과와 재무본부 국제금융팀 등을 거치며 "재무통"으로서 경력을 쌓았다.

이 기간동안 수 억달러 규모의 ADR(미국주식예탁증서)를 발행해 NYSE(뉴욕증권거래소)와 LSE(런던증권거래소) 등에 상장시켰고 양키본드 발행과 설비차관 도입 업무에도 관여했다.

그런 그가 자본금 14억원인 웹나라에서 와서 먼저 한 것은 서울시 정책자금 2억8천만원을 받아내는 일이었다.

"포철 시절 3천억원의 자금을 차입하기 위해 했던 일과 이 곳에서 3억원 정도를 받기 위해 하는 일의 강도는 거의 같았습니다.
벤처기업의 노동강도는 정말 만만찮은 것 같아요"

웹나라에서 느낀 또 한가지는 건강에 관한 것이다.

밤샘 작업을 밥먹듯이 하는 젊은 직원들이 아침에 잠시 눈을 붙이고 바로 일을 시작하는 것에 놀랐다고 그는 말했다.

"벤처기업에서 성공적으로 적응하려면 체력이 필수인 것 같습니다.
이 곳에선 한 명이 빠지면 그 공백이 엄청나기 때문에 정말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일이 좋아서 밤새도록 몰입하는 젊은 직원들의 모습에 가장 큰 자극을 받고 있다는 성 이사는 "큰 조직에 있을 때는 안정적이었지만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해 가끔씩 회의도 들곤 했지요.
이제 이 곳에서 정말 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인사관리까지 같이 맡고 있는 그는 요즘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웹나라 직원들은 성 이사가 다시 멋진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02)3424-1540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