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는 수만명의 패션 관계자들로 북적댔다.
프레타포르테를 비롯 매년 1월 중순부터 3월초까지 잇따라 열리는 최고급 맞춤복(오트쿠튀르) 패션쇼와 파리컬렉션 등을 보기 위한 것이다.
이번 출장중 가장 인상에 남은 것은 스웨덴의 H&M과 스페인의 자라(Zara)라는 브랜드.
이들이 리볼리 거리와 오페라가 등에 낸 대형 매장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주말에는 경비원들이 정문 입구에 늘어서서 고객들을 통제할 정도였다.
스페인과 스웨덴.두 나라는 패션산업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들이 패션 본고장을 휘어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유럽의 최신 유행을 반영한 감각적인 상품과 저렴한 가격을 꼽는다.
청바지가 3만∼4만원,드레스가 5만∼6만원,가죽재킷이 12만원 정도다.
패션지 르피가로는 최근호에서 ''이같은 제품을 그정도 가격에 사기 힘들다''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제품중 자라와 H&M의 경쟁 브랜드는 없다''고 분석했다.
자라와 H&M의 활약상은 우리 패션업계에도 희망을 안겨주는 사례다.
''이방인''도 파리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인 것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반성의 계기를 찾을 수도 있다.
국내 유명 디자이너들은 지난 90년대 초반부터 앞다퉈 파리진출을 선언했다.
일부 중견업체는 파리지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디자이너들과 의류업체 상당수가 영업부진으로 파리 무대에 서는 꿈을 접어야 했다.
진출초기의 지나친 마케팅과 홍보로 프랑스의 아타셰프레스(전문홍보인)들로부터 ''한국인은 봉''이라는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한 프랑스인 아타셰프레스는 "한국 브랜드의 품질과 디자인은 훌륭하다.
그러나 꼭 사야할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다"고 잘라 말했다.
어떤 옷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 철저한 시장조사를 하지않고 느낌과 의욕만으로 뛰어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파리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프랑스에서 만든 옷이 아니다.
스웨덴의 H&M은 파리 입성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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