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 관계자들이 하루하루 빼놓지 않고 챙기는 것 중 하나가 TV 일기예보다.

주말마다 출발하는 답사회의 경우 특히 그렇다.

기온이 뚝 떨어진다거나 눈이 많이와 길이 미끄러울 것이라는 주말예보가 나오면 예정된 행사가 "꽝"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답사회가 올겨울 버스를 출발시키지 못해 고전했던 이유도 유난히 눈이 많고 춥기까지 했던 날씨 탓이 컸다.

그나마 미리 입금된 여행경비를 되돌려 주며 인원이 적어 여행을 취소한다는 말못할 사정을 다른 말로 돌려 설명해주어야 하는 어려움도 만만치 않았다.

여행부문에서 날씨는 곧 돈으로 연결된다.

고객을 모우는 것 자체가 날씨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여행업계는 특히 출발지 날씨를 중요시한다.

서울의 날씨가 좋으면 목적지의 날씨가 나빠도 고객이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반대로 서울의 날씨가 나쁘면 목적지의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예약 수가 뚝 떨어지는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한 여행사의 "날씨마케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골드투어는 지난해 백령도상품을 내놓으며 자사 여행상품판매에 날씨마케팅기법을 도입했다.

여행당일 출발지인 인천에 비가 많이 내려 배가 뜨지 못할 경우 여행경비의 2배를 환불해 준다고 광고한 것.당일 기준치 이상의 비가 내린 후 개여 여행을 가게 되어도 경비의 2배를 돌려준다는 여행객에 유리한 조건을 덧붙였다.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예상보다 2배나 많은 여행객의 예약이 순식간에 밀려들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들어 두었던 보험료를 빼고도 기대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골드투어는 지난해 하반기 제주 허니문상품에 적용한 날씨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 효과를 즐겼다.

리조트업계의 날씨마케팅 성공사례도 회자되고 있다.

한화리조트는 지난 99년 여름 신규 콘도회원권을 분양하면서 8월1일의 서울 강수량에 따른 휴가보상금을 최고 1억원이나 내걸었다.

기준일의 서울 강수량이 40mm가 넘을 때 신규 분양회원을 추첨해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예상보다 많은 98%의 회원권이 신규분양되는 실적을 올렸다.

기준일의 강수량조건이 맞아 총 1억원이 넘는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보험으로 충당,손해는 없었다는게 한화리조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날씨를 단순한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정확한 기상정보를 분석,적극적으로 기업경영의 효율화를 꾀하는 레저업체도 적지 않다.

용평리조트는 중장기예보를 통해 스키장 개장 및 폐장시기를 결정하며 기상정보를 이용,인공제설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여러 개의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설치,기상자료를 모으고 일기예보를 분석해 인공제설작업시기와 양을 조절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동기상관측장비가 딸린 인공제설시스템 도입에 60억원이상을 투입했다.

경영학에서의 최적재고시스템 원리를 도입,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인공설제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상여건상 자연눈만으로 만족할만한 적설량과 눈의 품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따라서 인공제설을 통해 슬로프의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고 스키시즌을 연장시켜야 하는게 모든 스키장의 숙제다.

스키장 주변의 정확한 기상상태를 파악,인공설의 작업시기와 양을 얼마나 적절히 조절하는가에 따라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골프장도 예외는 아니다.

두산춘천컨트리클럽을 비롯한 국내의 6개 골프장은 기상정보제공업체에서 제공하는 포인트 예보를 적극 활용,시간대별로 자세한 기상정보를 골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라운딩에 참고하게 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야외이벤트쪽의 사례도 재미있다.

KBS의 열린음악회에서는 일기예보에 따른 행사준비로 비용절감을 꾀하고 있다.

열린음악회는 5~10만명이 참여하는 행사로 날씨가 궂을 경우 그에 따른 사전조치가 군사작전 못지 않은 긴박성을 요한다.

따라서 행사진행 과정별 날씨와의 영향을 조사한 다음 날씨변화에 따른 제반 조치사항을 어느정도 유형화 시켰다.

특히 프로그램 녹화 전날부터 행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적인 기상체크를 통하여 무대장치,의자주문 및 배열,비옷배포,프로그램 순서조절을 함으로써 차질없는 행사를 꾸리고 있다.

날씨가 예정된 각종 행사를 망치기도 하지만 날씨정보를 잘만 활용하면 기대이상의 효과를 거둘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의미있는 사례들이다.

이와관련해 날씨와 여행.레저.이벤트행사와의 상관관계 알려주는 활용할만한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외활동의 경우 최고기온,강수량,바람,상대습도,불쾌지수,일조시간 등의 기상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골프는 상대습도,테니스는 강수유무,사적지탐방은 일조시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최고기온이 높으면 야외레저활동이 늘지만,사적지탐방이나 야외스포츠활동의 경우 최고기온이 지나치게 높으면 되레 참가자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정기온을 따져보면 골프 테니스 사적지탐방 등은 섭씨 영상 24도,낚시 보트놀이 캠핑 등은 27도일 때가 가장 활발하다는게 정설.바닷가 물놀이,수영 등은 21도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해 27도 때 절정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야외스포츠,사적지탐방,낚시,보트놀이,캠핑 등은 27도 이상의 고온에서는 참여자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