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 현대그룹은 국내외 유력인사들을 초청해 ''신년하례회''를 열어왔다.

20년째였던 지난해에는 해외인사 4백명을 포함,무려 7백여명이나 참석하기도 했다.

"외국인투자자를 비롯한 ''코리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로선 현대행사라기보다 한국 재계차원의 신년모임으로 비쳐져 연초면 기다려졌다"고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회상했다.

미국계 컨설팅회사의 한 관계자는 "새 고객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트는 장소로도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행사가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1981년부터 행사를 주관해왔던 현대는 그룹 형편도 좋지 않은데다 자동차 계열분리등 여러 상황을 감안해서 포기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한 때 스위스 ''다보스포럼''같은 범세계적인 경제계인사들의 모임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검토했었다"며 "계열분리가 가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그룹차원에서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현대신년하례회는 ''그들만의 잔치''는 아니었다.

정계 대표들과 총리를 비롯한 주요 부처 장관,전경련 회장단,주요 은행장들이 이 행사를 통해 주한외교사절과 주한미국상공회의소등 주한외국기업및 금융기관 대표,국내외 유력 언론인들까지 만나 서로 얼굴을 익히고 새해 흐름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1년을 설계했다.

현대신년하례회 중단소식에 전경련 관계자는 "경제의 세계화추세가 심화될수록 나라 안팎의 정·재계인사들이 만나는 제대로 된 신년 모임이 늘어나도 시원찮은데…"라며 "위축된 한국재계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푸념했다.

물론 현대의 신년하례회를 한 기업의 사교모임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볼 수도 있지만 분야별 ''친목회성'' 신년행사가 대부분인 현실에서 20년 역사를 쌓아온 재계차원의 신년하례회가 중단된 것이 잘된 일은 아닌 것같다.

현대 구조조정위원회의 고위 관계자는 "계열분리된 자동차쪽과 함께 열어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다시 뭉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고민끝에 포기했다"고 전했다.

문희수 산업부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