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 분위기가 호전되면서 얼마전까지 중견기업들로서는 엄두도 못냈던 무보증사채 발행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삼성 LG SK 같은 우량 대기업뿐만 아니라 그동안 돈가뭄에 시달렸던 중견 기업들까지 자금조달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B등급 기업의 무보증사채까지 팔릴 정도로 실적도 기대 이상이다.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기업자금 대책, 저금리 기조 정착 등으로 자금시장 여건이 크게 호전된데 힘입은 것이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 힘들어질지도 모른다''는 강박감도 작용하고 있다.

일부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들은 주총을 앞두고 대출금 상환이나 투자재원 조달에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확보해서 주주들에게 구체적인 경영비전을 펴보이겠다는 속셈도 깔고 있다.

한화 두산 금호 등 신용등급 A급 미만의 중견기업들은 최근 공모를 통해 잇따라 회사채 발행을 성사시켰으며 코오롱 동부 등도 다음달 중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신용등급 ''BBB-''인 동부제강 자금팀의 유형섭 차장은 "2월중 회사채 시장에서 3백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라며 "3월말까지 최대한 자금을 끌어모아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2천8백억원)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29일 무보증 회사채 1천1백억여원 발행(2년 만기, 할인율 8.25%)을 공시한 두산의 경우 오는 3월말 이전에 추가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BBB-''로 낮은 수준이지만 이번에 무난하게 자금을 마련했다"며 "당초 유가증권과 부동산 매각을 통해 7천억여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자금시장 여건이 좋아져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 8일 3백억원어치의 1년짜리 회사채를 발행한데 이어 다음달초 1천억원어치의 3년만기 무보증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한화는 작년에 공모 회사채를 일부 소화시키지 못해 1천66억원어치 상당의 사모사채를 발행해야 했었다.

신용평가가 시원찮은 기업들이나 워크아웃 기업들도 프라이머리 CBO(채권담보부 증권)나 보증사채 등을 통해 자금 마련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투자부적격 등급인 금호산업은 지난 26일 3백억원어치의 보증사채를 소화시킨데 이어 다음달중 5백억원어치의 CBO를 발행할 계획이다.

자금팀의 손승현 차장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3천2백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상반기중 집중적으로 자금조달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일훈.이심기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