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차 시장을 잡아라"

연초부터 중형승용차 시장을 둘러싼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기아자동차 옵티마가 2개월째 판매 수위를 차지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최근 EF쏘나타 후속 모델인 "뉴EF쏘나타"를 내놓고 반격에 나서면서 중형차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에 최근 판매실적에서 EF쏘나타를 제치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르노삼성자동차 SM5의 공세도 만만치 않아 중형차 시장 쟁탈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대차는 중형차의 간판인 EF쏘나타 후속모델 뉴EF쏘나타를 앞세워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겠다는 각오다.

98년 이후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EF쏘나타 신화가 무너진 것은 지난해 9월.

매달 평균 판매량이 1만대를 넘어 전 차종을 통틀어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웠지만 9월 들어 7천9백85대로 떨어지며 불안한 조짐을 보였다.

이후 11월엔 5천1백13대로 추락하며 옵티마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고 12월에는 3천8백24대로 곤두박질치며 급기야 SM5에도 추월당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EF쏘나타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고객들이 차 구입을 미뤘기 때문"이라며 "뉴EF쏘나타 출시를 계기로 상황이 전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첫 선을 보인 뉴EF쏘나타는 EF쏘나타의 스타일과 편의장치만 바꾼 페이스리프트(외관 병형)모델로 개발됐지만 외관과 실내를 대폭 바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앞모습은 두개의 원형 헤드램프와 굴곡진 보닛을 채택,벤츠 뉴C클라스와 비슷하며 뒷모습은 트렁크 리드 부분을 아래로 처지게 처리한 재규어 스타일로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연구개발본부장 김채원 부사장은 "기존 EF소나타의 젊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보완해 남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며 "풍요와 세련미를 중시하는 30~50대 고객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에서 뉴EF쏘나타를 10만2천대 판매,중형차 시장점유률 45%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4월과 6월에는 각각 유럽과 북미지역에 출시,6만6천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뉴EF쏘나타의 탄생에도 불구,기아차는 옵티마가 당분간 중형차 시장 판매 1위를 지킬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기아는 뉴EF쏘나타의 출시로 중형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달아올라 판매량이 함께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뉴EF쏘나타의 "아우격"인 옵티마는 지난해 7월 첫 판매 이후 중형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링카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4천8백13대가 팔려 시판 4개월만인 지난해 11월 EF쏘나타로부터 빼앗은 1위 자리를 2개월째 지켰다.

기아차 관계자는 "남성적인 스타일과 부드러운 주행성능이 운전자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며 "옵티마가 승용 뿐 아니라 택시용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어 당분간 선두 자리를 지키는 데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품위를 기본으로 한 튼튼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한편 무단변속기(CVT)의 장점인 고연비를 중점 부각시켜 판매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신차 출시 계획이 없어 올 한햇동안 기존 SM5로 버텨야하는 르노삼성도 영업망을 확대하는 등 "SM5띄우기"에 사운을 걸고 있다.

SM5는 그동안 전반적인 판매부진에도 지난해 12월 3천8백50대가 판매돼 EF쏘나타를 누르고 처음 2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5의 인기는 택시 수요 급증이 주된 요인"이라며 "유지관리 비용이 적게 들고 별다른 잔고장이 없기 때문에 개인택시를 중심으로 택시용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여세를 몰아 르노삼성은 지난해 말 7백50명이었던 영업사원을 올들어 1천명으로,70개였던 영업점도 1백여개로 늘려 매달 최소 5천대 이상,연간 6만5천여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애프터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지면서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도와 공장가동 차질에도 불구하고 올해 나온 새 모델 "매그너스 이글"을 앞세워 선전하고 있는 대우차도 올해 영업용 택시를 비롯,3만대 이상을 판매할 계획이다.

하지만 노조의 파업과 공장가동률 하락이 겹쳐 대우차의 판매 전략에는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