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수신금리가 연 6.0%(1년만기 정기예금금리) 대까지 떨어지면서 시중 부동자금의 대이동이 예상되고 있다.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 추정액은 지난해말 현재 2백30조원.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1백2조원), 요구불 예금(28조원), 6개월미만 정기예금(45조원), MMF를 포함한 단기채권형(51조원), 증시 고객예탁금(6조원)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 자금이 작년에는 ''안전성''을 최우선시하는 시장 분위기를 타고 은행권에 몰렸으나 올들어 수익률을 좇아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 조짐이다.

여기에는 최근 증시여건이 호전되고 투신 등 비은행권의 신뢰도가 개선된 데다 은행권의 금리가 더이상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진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인의 경우 연 7% 이하, 개인의 경우 연 6% 이하가 되면 자금이동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6% 대로 떨어짐에 따라 자금운용 패턴이 예금형에서 투자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은행 예금으로만 몰리던 시중 유동성이 2금융권으로 분산되는 등 자금시장에 재편 조짐이 일고 있다.

2금융권으로의 자금 유입은 주식과 회사채 등 매입 수요를 부추겨 기업의 신용경색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제2금융권 수신 증가 =이달들어 투자신탁회사 MMF(머니마켓펀드) 수신은 7조8천억원 증가했다.

금리가 낮은 은행 정기예금에 맡겨 두기는 싫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식시장에도 선뜻 들어가기 망설여지는 부동자금이 MMF에 대기하고 있는 형국이다.

투신사 관계자는 "MMF는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연 6% 안팎의 금리를 주고 있어 은행 보통예금보다 이자가 높다"며 "시중의 ''눈치 자금''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증시 주변을 맴돌고 있다"고 말했다.

종금사 수신은 지난해 10월 4천억원, 11월 3천억원, 12월에는 2조9천억원이 각각 줄었으나 이달들어 지난 20일까지 1조4천억원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고사 상태에 몰렸던 은행 신탁상품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신노후생활연금신탁을 포함한 추가형 금전신탁 수신고는 올들어 4천억원 가까이 늘었다.

고객이 자금의 운용방법을 직접 지시하는 은행권 특정금전신탁 수탁액도 지난해 12월 1조원 이상의 마이너스에서 올들어 2천6백억원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상언 신한은행 재테크 팀장은 "신노후생활연금신탁의 경우 실적배당형 상품이면서도 은행이 원금을 보장해 주는데다 최근 주가 회복으로 높은 수익률이 예상돼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보다 3%포인트 정도 높은 금리를 주고 있는 신용금고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올들어 신용금고 업계 전체 수신액은 작년말보다 5천억원 이상 늘어났다.

금고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은행들이 금리를 또다시 내린데다 금고업계의 유동성 위기도 고비를 넘겨 예금자들이 금리가 높은 신용금고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정기예금 수신 동향 =올들어 은행 저축성예금이 9조3천억원 불어난 가운데 정기예금은 5조4천억원이 늘었고 이중 1년이상 장기성 예금 증가액이 80%(4조3천억원)를 차지했다.

즉 ''이왕 정기예금에 돈을 넣어두려면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장기성 정기예금으로 맡겨두자''는 분위기인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이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경우 이같은 추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실제로 은행권의 2차 예금금리 인하가 봇물을 이룬 지난 18일부터 20일 사이엔 정기예금 잔액이 5천4백11억원이나 감소, 초저금리로 일부 자금이 이탈하는 조짐도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돌던 시중 부동자금이 ''수익성''과 ''안전성''의 두가지 목표로 나눠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하가 어느 정도 자금이동을 유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신용경색으로 인한 금융권간 자금배분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전기는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