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나 추석 등 대목 경기가 실종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해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인 지난 21일 오후 서울의 경동시장.단대목임에도 물건을 사는 사람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매상이 지난해 설의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상인들은 하나같이 볼멘 소리를 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조경자(43)씨는 "매상이 지난해의 40%에 불과하다"며 "장사를 시작한지 10년이 됐지만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경동시장에서 주차를 안내하고 있는 김석원(32)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가용들이 시장 진입로를 통과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는데 올해는 너무나 썰렁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시장 남대문시장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시내 백화점이나 지역상권에 자리잡은 대형 할인점들은 완전히 달랐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몰려드는 쇼핑객들의 차량으로 인해 시내 중심가의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이번 설대목 중 백화점의 매출은 경기가 아주 좋았던 지난해보다도 오히려 30%나 늘어났다.
30만원,50만원짜리 고가 상품권과 1백만원대의 굴비나 갈비세트 등도 불티나게 팔렸다.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에서는 설 특선으로 준비한 고급 선물세트가 초반에 매진되고 말았다.일부에선 추가로 물량을 확보하기도 했다.설 특수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유통분야 신업태로 자리잡은 이마트 등 대형 할인점도 짭짤한 대목을 맛봤다.기존 할인점의 경우 설 매출이 지난해보다 20%정도 늘었다.
왜 이처럼 재래시장과 대형점간 명암이 크게 엇갈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답은 간단하다.
소비자들이 서비스가 좋고 쇼핑 재미를 맛볼 수 있는 대형 유통업체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제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경쟁력을 되살리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을 것 같다.
최인한 유통부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