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를 맞은 극장가가 뜨겁다.

지난주 서막을 올린 설시즌 흥행대작들이 20일부터 본격 레이스에 돌입한다.

지난주 쾌조의 스타트를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버티칼 리미트"에 고소영.이성재 커플을 내세운 정통 멜로영화 "하루"등 후발주자까지 모두 10여편의 작품들이 불꽃튀는 경쟁을 벌인다.

<>화끈한 액션이 좋다

해마다 설이면 성룡영화가 찾아온다.

올해는 한국여배우 김 민과 함께 찍은 "엑시덴탈 스파이"(감독 테디 첸.20일)다.

고아로 자란 헬스기구 판매원이 살상용 폐암 바이러스를 노리는 테러집단과 한판대결을 벌인다는 줄거리.

한국 홍콩 터키를 넘나드는 스케일이 볼 만 하지만 성룡특유의 익살이나 액션의 강도는 다소 약해진 편이다.

그래도 성룡을 보는 일은 즐겁다.

특히 목욕탕에서 벌거벗은채 뛰쳐나온 그가 적들에 쫓기며 보여주는 절묘한 "물건가리기"는 "오스틴 파워 제로"에 필적할만큼 재미나다.

"프루프 오브 라이프"(감독 테일러 헥포드.20일)는 주연을 맡은 러셀 크로우와 맥 라이언이 촬영중 실제 연인이 됐다해서 더 화제였다.

중남미 가상국가에서 테러범들이 미국 기업 중역을 납치하고 몸값을 요구한다.

부인(멕 라이언)은 베테랑 인질전문가(러셀 크로우)에게 도움을 청한다.

팽팽한 긴장속에 협상이 시작되고 둘은 미묘한 끌림을 느낀다.

하지만 액션과 로맨스 어느쪽으로도 확실한 맛이 없다.

단,사랑하는 여자의 남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러셀 크로우의 매력은 만점이다.

K2에서 조난당한 산악인들의 사투 "버티칼 리미트"도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따뜻한 멜로가 최고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정통멜로를 선호한다면 "하루"(감독 한지승.20일)가 있다.

무뇌아를 가지게 된 부부가 겪는 절절한 아픔을 세련되게 다듬어냈다.

이성재.고소영 커플의 호연이 콧날을 시큰하게 한다.

순항중인 전도연.설경구 콤비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평범한 일상에서 건져올린 소박하고 사실적인 사랑 이야기.

섬세하게 감정선을 잡아내는 디테일 묘사가 빼어나다.

로버트 드 니로와 벤 스틸러가 예비 장인과 사위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미트 페어런츠",여자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 멜 깁슨의 "귀여운" 매력이 돋보이는 "왓 위민 원트"등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도 유쾌하다.

<>아이와 함께 볼 영화

1999년 개봉됐던 심형래의 "용가리"가 "2001용가리"(감독 심형래.20일)로 거듭났다.

35억원을 들여 절반이상을 다시 제작한 "업그레이드 판"이다.

이야기를 보강하고 컴퓨터 그래픽도 훨씬 정교해졌다.

용가리와 우주괴물 사이커의 대결장면이나 도심 건물 폭파장면등이 예전에 비할바가 아니다.

국내용은 1백% 성우 더빙으로 어린이들의 이해를 도왔다.

미흡한 연기나 드라마는 여전히 아쉽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쿠스코?쿠스코!"도 온가족이 유쾌하게 즐길 만 하다.

<>좀 특별한 영화가 보고싶다

광화문 씨네큐브 광화문내 소극장 아트큐브에서 20일 개봉할 아프리카 영화 "야바"가 눈길을 끈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버키나 파소 출신이자 아프리카 뉴웨이브의 기수인 이드리사 우에드라고 감독(47)이 만든 세번째 작품.

1989년 칸느 영화제 국제비평가상,동경영화제 금상을 수상했다.

황토빛 대지를 무대로 마을에서 버림받은 노파와 마음이 맑은 어린소년간의 우정을 다룬다.

단순하지만 꾸밈없이 순박한 그들의 삶과 여유로운 유머가 매력적이다.

10대들의 따뜻하고 연민어린 시선으로 담아낸 임상수 감독의 디지털 영화 "눈물"도 독특한 색깔의 영화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