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생사를 갈라왔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BIS 총재회의에서 선진국 금융기준을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일률적인 은행 건전성 규제방침은 재고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져 앞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BIS비율의 부작용=BIS비율은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위험가중자산에 대한 자기자본 비율을 뜻한다.

통상 이 비율이 8%를 넘어야 국제시장에서 금융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국제영업 비중이 낮은 국내 은행들도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 위험가중자산을 줄이거나 자기자본을 늘리는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체제 이후 정부가 BIS비율을 기준으로 은행 살생부를 작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의 BIS비율이 8% 미만으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은 경영개선명령 또는 적기시정조치를 발동하게 된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일률적인 BIS비율이 은행의 부실판정 기준으로 적용되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피해 자금경색의 근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말이면 매번 자금경색 현상이 연례행사처럼 재연되는 것도 그래서다.

지난해말 은행들은 연말결산을 앞두고 3조원이 넘는 기업대출을 일시에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BIS비율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눈속임''에 다름 아니다.

◆BIS비율 완화 논란=전문가들은 BIS비율을 획일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운용하는 당국의 감독관행과 이를 우량은행의 유일한 잣대로 여기는 금융시장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BIS비율이 너무 높은 은행은 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라며 "BIS비율이 높을수록 우량은행으로 우대받는 풍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리가 낮은 국고채에만 자금을 집중 운용하다보니 역마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높아지더라도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국제기준을 손질하는 문제는 앞으로 여러 국제포럼에서 집중 논의될 예정이며 각국의 입장이 반영된 최종 기준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