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에 대한 자금지원 과정에서 미국계 시티은행이 적극적인 반면 국내 은행들은 수동적이어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금융감독원이 주재한 현대전자 대책회의에서 수출환어음(DA) 한도증액은 시티은행의 ''작품''으로 전해졌다.

시티은행은 현대전자의 파이낸셜 어드바이저로서 작년말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8천억원의 주간사도 맡았다.

현대전자의 부채감축계획(3조5천억원 자금확보)도 시티의 자회사인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재무구조 수정 컨설팅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전자는 작년말 신용등급하락과 동일계열 여신한도 등에 따라 각 은행들이 현대전자의 DA 한도를 6억달러가량 줄인 것이 큰 부담이 됐다.

현대전자는 올 하반기부터 매출채권을 유동화(ABS)할 예정인데 ABS발행에는 시티은행과 BOA가 주간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외국계가 대주주인 제일은행도 현대전자의 회사채 40억원(연간 3백억원) 인수는 거부했지만 1천억원을 신디케이트론으로 현대전자에 지원했고 DA한도 증액에도 참여할 전망이다.

김상현 제일은행 여신기획팀장은 "불특정 기업에 대해 채권분담 비율대로 할당은 안되지만 개별기업을 자율심사해 결정한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은행들이 현대전자 여신을 계속 줄여온 것과 대조를 보인다.

주택은행은 신디케이트론 지원때 막판에 빠져 자금조성에 차질을 빚게 했다.

하나은행은 내부적으로 올해 현대에 대한 익스포저(신용공여) 감축이 목표다.

국내 은행들은 현대전자의 DA 한도증액도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거듭된 설득을 외면하다가 금융감독원이 나서자 마지못해 따라오는 모양새다.

이성로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현대전자의 신디케이트론을 시티은행이 주선한 점은 국내은행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일"이라며 ''회수 일변도''인 국내 은행들의 기업금융을 비판했다.

그러나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지난 99년 대우사태뒤 신뢰위기, 동일인한도 등 각종 규제, 건전성(BIS 비율)을 유지하면서 수익도 내야 하는 은행경쟁 환경 등에 따라 선뜻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오형규.김준현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