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엔화가 새해들어 국제외환시장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작년 9월초만 해도 달러당 1백5~1백6엔대의 엔고(高)였으나 지금은 1백16엔대로 떨어지면서 엔저(低)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엔저는 특히 한국기업들에 매우 불리한 대외환경으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 엔저 원인 및 전망 =엔 약세는 일본의 경기둔화 우려가 1차적인 요인이다.

작년 2.4분기 0.2%를 기록한 일본 경제성장률은 작년 3.4분기에 마이너스 0.5%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실업률 제조업경기지수 등 각종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증시 침체와 같은 금융시장 불안에다 정치불신까지 겹치면서 엔저가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엔 약세를 반기는 듯한 태도도 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야자와 기이치 재무상은 5일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규모 재정투입으로도 경기회복에 실패한 일본 정부가 엔 약세를 통한 수출확대로 경제불황을 벗어나려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외환전문가들은 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도이체방크의 수석외환전략가 켄 랜돈은 "엔화가치는 1~2개월내에 1백20엔을 웃돌 것"이라고 관측했다.

◆ 한국 수출전선 빨간불 =엔화 급락으로 해외수출시장에서 일본상품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올들어 원화가치도 하락세를 타고 있지만 엔화가치가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 수출가격경쟁력에서 일본에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달러당 1천2백60원선인 원화가치는 작년 9월 이후 13% 가량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들의 주식매수세가 폭발하고 있어 원화 하락속도가 주춤한 상태다.

LG경제연구원의 심재웅 선임연구원은 "최근 엔저가속화로 국내 주력수출산업인 철강 조선 자동차 정보통신의 경쟁력이 크게 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가치가 엔화가치보다 10% 가량 덜 떨어질 경우 경제성장률이 1.4%포인트 낮아진다"며 "엔저는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