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장기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관건은 국민소득(GDP) 기여도에서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소비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 있다.

문제는 민간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체감경기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고통지수가 내년에는 금년에 비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 고통지수 얼마나 높아지나 =일반적으로 고통지수(misery index)는 경제통계중 국민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통계로 산출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에 실업률을 더한 후 소득증가율을 차감한 지표다.

원래 이 지수는 미국 국민들이 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의 경제성과를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최근 들어서는 세계 각국 국민들의 체감경기를 파악하는 지표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세계 양대 예측기관인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와 데이터 리소시스인스티튜트(DRI)가 최근 수정 발표한 전망치(우리는 한국은행 자료)를 토대로 세계 47개국(IMD 기준) 국민들의 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이들 국가중 내년에 우리 국민의 고통이 금년에 비해 가장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 국민들의 고통지수는 금년에 마이너스 2.9에서 내년에는 2.7로 5.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에 이어 대만 2.4포인트, 일본 2.0포인트, 말레이시아 1.3포인트로 악화돼 전반적으로 아시아 국민들의 고통지수가 높아지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반면 유럽은 내년에도 견실한 성장세가 예상되는 데다 그동안 고용정책의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고통지수가 금년에 비해 0.3∼1.6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아시아와 대조가 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장기호황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돼온 미국 국민들의 고통지수는 내년에 성장률이 크게 둔화됨에 따라 금년에 비해 0.6포인트 정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 고통지수 왜 높아지나 =한국은행의 전망치를 놓고 본다면 내년에 우리 국민들의 고통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경제성장률이 올해 9.3%에서 내년에는 5.3%로 급락하는 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3%에서 3.7%로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에서 비롯된다.

실업률도 내년에는 4.3%로 올해(4.1%)에 비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체감경기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나빠져 우리 국민들의 고통지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 어떤 문제가 있나 =고통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체감경기가 악화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가뜩이나 금년 하반기 들어 체감경기가 지표경기에 비해 너무 떨어지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들어 우리 국민들의 고통이 더욱 늘어날 경우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간 괴리가 심해져 정책당국과 정책에 대한 신뢰상실 문제까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통지수가 높아질 경우 국민들의 경제심리가 크게 위축돼 민간소비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민소득(GDP)에 대한 민간소비의 기여도가 60%에 달하고 있고 과거 일본의 사례를 감안한다면 민간소비가 줄어들 경우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들어 경제심리가 안정되면 하반기부터 우리 경제는 회복국면에 접어들면서 6%대의 성장이 가능하지만 위축된 경제심리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2∼3%대로 급락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