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주최 '제2차 국제자문단회의'] (한국경제진단 특별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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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은 전경련 국제자문단 회의에 참석차 방한한 사토 미쓰오 일본 다이이치생명 고문과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 원장과의 대담을 마련했다.
사토 고문은 일본 대장성 경제관료를 거쳐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지낸 금융전문가다.
사토 고문은 "한국이 건전한 재정 덕분으로 일본과 같은 장기 복합불황을 겪을 가능성은 낮다"며 "한.일 두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동북아국가의 경제중심체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신라호텔 3층에서 가진 대담 내용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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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승희 원장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국가들의 현재 경제상황과 미래 전망은.
<> 사토 고문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동아시아국가들이 위기를 잘 극복했습니다.
아시아국가들은 일본에 비해서 자국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현재 위기상황에서도 회복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여겨집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8∼9% 정도가 되고 내년에도 5∼6%선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작년의 11%에 가까운 성장률은 경이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회복세가 계속되리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이 시점에 와서 혹시 위기가 다시 오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나 금융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 좌 원장 =한국이 지난 3년간 강력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실제 이뤄진게 적다는 국내외 평가가 있습니다.
지난 3년간 한국이 취해온 구조조정방식이라든가 진행상황을 보면 일본의 과거 버블(거품)이 있었을 때 구조조정방식과 비슷하고, 속도가 빨리 진행되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뤄진게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국에서의 금융경색이 과거 일본에서의 경험과 비슷해 금융경색현상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내년에 최저점을 탈출하는 것(bottom-out)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데 일본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 사토 고문 =일본이 10년동안 장기간에 걸쳐 침체됐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은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에 대해선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을 많이 합니다.
일본을 변호하자면 지난 10년동안 계속 제로성장을 했던 것은 아니고 95∼96년에는 3∼4% 정도의 성장을 했는데 97∼98년 다시 하락해 안좋은 상황이 됐습니다.
즉 지난 10년동안 성장률이 계속 제로퍼센트였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일 양국을 비교해 볼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은 경기침체의 요인이 개인소비의 둔화에서 왔다는 것이죠.
높은 경제수준에 도달해 사람들이 갖고 싶은게 없어졌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한국의 경우 경제 자체가 젊은 단계에 있어 위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소비가 굉장히 활성화될 유연성을 갖고 있습니다.
<> 좌 원장 =한국경제는 좀 더 자신을 가져도 될까요.
<> 사토 고문 =그렇습니다.
일본경제가 97년에 들어서 다시 하락세를 보인 것은 어쩌면 거시정책을 잘못 사용한 측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비세율을 3%대에서 5%대로 올린 것은 그렇잖아도 위축됐던 소비욕구를 더욱 낮추는 계기를 제공했지요.
한국에 있어서는 적어도 거시정책상의 잘못은 눈에 띄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일본은 거액의 재정적자가 GDP(국내총생산)의 10%에 달하는데 한국은 외환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적자가 늘기는 했지만 GDP의 2% 내외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더라도 쓸 수 있는 재정이 있기 때문에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은행대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인데요.
이런 부분을 확실하게 해결하면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에 빠지는 것은 피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좌 원장 =일본의 경우에는 사회안전망 장치가 상당부분 구축돼 있어 그런대로 기업구조조정이 무난히 이뤄질 수 있으나 한국은 아직 일본수준의 사회안전망이 확보돼 있지 않은데요.
<> 사토 고문 =일본의 경우 구조조정이 빨리 진행되지 못한 것은 문화적인 측면 때문이라고 볼 수가 있지요.
일본은 사회안전망이 잘 정비돼 있긴 합니다만 기업쪽에서 해고를 과감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추계를 보았더니 만약 미국이 일본과 같은 불황을 경험했다면 실업률이 20%까지 올라갔을 것입니다.
일본의 실제 실업률은 불황이긴 하지만 4∼5%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경제문제라기 보다는 사실 가치관이나 문화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한국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이지요.
과감하게 해고를 하고 노동자들이 약간의 불이익을 보더라도 기업 이익을 회복하며 그것을 사회적으로 실현하는 길을 선택할 건지, 저성장을 유지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 좌 원장 =한국에서 IMF위기 이후 한.일간에 경제통합을 강화해 서로 과잉시설 문제를 포함,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면서 상호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논의도 있는데요.
<> 사토 고문 =한.일관계를 지금까지 이상으로 긴밀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양국이 FTA를 꼭 맺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입니다.
세계 각국이 어떤 형태로든지 자유무역지대에 포함돼 있는데 거기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은 한국 일본 중국뿐입니다.
말은 하기 쉽고 실제로 실행하기는 어렵습니다.
한.일 관계도 긴밀하게 해가면서 대만 중국 아시아까지 확대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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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토 고문 약력
△33년 일본 출생
△55년 도쿄대 법학부 졸업
△86∼93년 대장성 관세국장
△93∼99년 아시아개발은행 총재
△다이이치생명 고문(현재)
정리=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
사토 고문은 일본 대장성 경제관료를 거쳐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지낸 금융전문가다.
사토 고문은 "한국이 건전한 재정 덕분으로 일본과 같은 장기 복합불황을 겪을 가능성은 낮다"며 "한.일 두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해 동북아국가의 경제중심체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신라호텔 3층에서 가진 대담 내용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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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승희 원장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국가들의 현재 경제상황과 미래 전망은.
<> 사토 고문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동아시아국가들이 위기를 잘 극복했습니다.
아시아국가들은 일본에 비해서 자국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현재 위기상황에서도 회복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여겨집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8∼9% 정도가 되고 내년에도 5∼6%선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작년의 11%에 가까운 성장률은 경이적입니다.
그런데 이런 회복세가 계속되리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이 시점에 와서 혹시 위기가 다시 오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나 금융구조조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안정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 좌 원장 =한국이 지난 3년간 강력한 구조조정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실제 이뤄진게 적다는 국내외 평가가 있습니다.
지난 3년간 한국이 취해온 구조조정방식이라든가 진행상황을 보면 일본의 과거 버블(거품)이 있었을 때 구조조정방식과 비슷하고, 속도가 빨리 진행되었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뤄진게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국에서의 금융경색이 과거 일본에서의 경험과 비슷해 금융경색현상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내년에 최저점을 탈출하는 것(bottom-out)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데 일본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 사토 고문 =일본이 10년동안 장기간에 걸쳐 침체됐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은 차이가 있습니다.
일본에 대해선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을 많이 합니다.
일본을 변호하자면 지난 10년동안 계속 제로성장을 했던 것은 아니고 95∼96년에는 3∼4% 정도의 성장을 했는데 97∼98년 다시 하락해 안좋은 상황이 됐습니다.
즉 지난 10년동안 성장률이 계속 제로퍼센트였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일 양국을 비교해 볼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일본은 경기침체의 요인이 개인소비의 둔화에서 왔다는 것이죠.
높은 경제수준에 도달해 사람들이 갖고 싶은게 없어졌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한국의 경우 경제 자체가 젊은 단계에 있어 위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소비가 굉장히 활성화될 유연성을 갖고 있습니다.
<> 좌 원장 =한국경제는 좀 더 자신을 가져도 될까요.
<> 사토 고문 =그렇습니다.
일본경제가 97년에 들어서 다시 하락세를 보인 것은 어쩌면 거시정책을 잘못 사용한 측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소비세율을 3%대에서 5%대로 올린 것은 그렇잖아도 위축됐던 소비욕구를 더욱 낮추는 계기를 제공했지요.
한국에 있어서는 적어도 거시정책상의 잘못은 눈에 띄지 않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일본은 거액의 재정적자가 GDP(국내총생산)의 10%에 달하는데 한국은 외환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적자가 늘기는 했지만 GDP의 2% 내외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더라도 쓸 수 있는 재정이 있기 때문에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은행대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인데요.
이런 부분을 확실하게 해결하면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에 빠지는 것은 피할 수 있다고 봅니다.
<> 좌 원장 =일본의 경우에는 사회안전망 장치가 상당부분 구축돼 있어 그런대로 기업구조조정이 무난히 이뤄질 수 있으나 한국은 아직 일본수준의 사회안전망이 확보돼 있지 않은데요.
<> 사토 고문 =일본의 경우 구조조정이 빨리 진행되지 못한 것은 문화적인 측면 때문이라고 볼 수가 있지요.
일본은 사회안전망이 잘 정비돼 있긴 합니다만 기업쪽에서 해고를 과감하게 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추계를 보았더니 만약 미국이 일본과 같은 불황을 경험했다면 실업률이 20%까지 올라갔을 것입니다.
일본의 실제 실업률은 불황이긴 하지만 4∼5%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것은 경제문제라기 보다는 사실 가치관이나 문화의 문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한국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이지요.
과감하게 해고를 하고 노동자들이 약간의 불이익을 보더라도 기업 이익을 회복하며 그것을 사회적으로 실현하는 길을 선택할 건지, 저성장을 유지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 좌 원장 =한국에서 IMF위기 이후 한.일간에 경제통합을 강화해 서로 과잉시설 문제를 포함,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면서 상호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논의도 있는데요.
<> 사토 고문 =한.일관계를 지금까지 이상으로 긴밀하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양국이 FTA를 꼭 맺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입니다.
세계 각국이 어떤 형태로든지 자유무역지대에 포함돼 있는데 거기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은 한국 일본 중국뿐입니다.
말은 하기 쉽고 실제로 실행하기는 어렵습니다.
한.일 관계도 긴밀하게 해가면서 대만 중국 아시아까지 확대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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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토 고문 약력
△33년 일본 출생
△55년 도쿄대 법학부 졸업
△86∼93년 대장성 관세국장
△93∼99년 아시아개발은행 총재
△다이이치생명 고문(현재)
정리=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