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에 불안심리가 팽배하다.

연일 계속되는 합병 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은행은 몸을 극도로 사리고 있으며 서민금융을 담당해온 신용금고는 신뢰를 잃은 상태다.

이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한 과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나뉘어 있는 혼란스런 금융정책 시스템이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우왕좌왕하는 금감원 =신용금고에 대한 불안심리를 확산시키는데는 ''1∼2개의 신용금고 사고 가능성''을 제기한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의 실수도 한가지 이유가 됐지만 금감위의 잘못 역시 결정적이었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답변을 통해 이 수석 발언의 진위를 확인해 줬다.

금감위는 사흘뒤인 9일에는 신용금고 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다시 한번 2개 금고의 영업정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런 상태에서 내놓은 신용금고 지원방안에 안심할 고객들은 없다.

◆ 손과 발이 따로 논다 =12일 ''상호신용금고 관련 시장안정대책''은 재경부가 발표했다.

금감원이 ''금감원 말은 시장에서 안먹힌다''는 이유로 재경부에 대책 발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금융정책 관련 법과 제도를, 금감위.금감원은 인허가와 금융기관 건전성 감독 등 시장관련 대책을 담당하도록 업무가 구분돼 있다.

그러나 실제 업무구분은 불명확하고 손과 발이 따로 노는 경우까지 생긴다.

재경부가 직접 시장에 간여하는 때도 많다.

자금시장 안정대책이 재경부 주도로 마련되고 있는게 대표적 사례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금감위와 금감원 체제 개편 방안 마련시 이 문제도 함께 정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경부는 11일 저녁 해동신용금고가 영업정지를 신청하기 직전까지도 이 사실을 몰랐다.

금감위.금감원과의 정보 교류가 원활치 않은 까닭이다.

◆ 의견대립시 시장 악영향 크다 =재경부와 금감위.금감원의 의견이 대립되면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은 심각하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각각 차관과 부위원장이 참석하는 금융정책협의회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지만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평행선을 긋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은행 2차 구조조정을 둘러싼 견해차가 대표적 사례다.

재경부는 한빛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금융지주회사를 세워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을 통합하려 했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부실지방은행을 우량은행에 합치고 외환은행을 금융지주회사에 포함시킨다는 안을 내놔 재경부와 논란을 벌였다.

시장은 정부의 생각이 뭔지에 대해 헷갈리고 있다.

강현철.박수진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