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업계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우량한 금고까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고업계는 정부가 유동성 지원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퇴출돼야 할 금고를 명확하게 가려준다면 예금자들의 막연한 불안이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떤 지원대책 나올까=금고에 대한 자금지원의 절박성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획기적인 대책이 없어 고민중이다.
정부가 지난 10일 1조원의 유동성지원대책을내놓은 데 그친 것도 이같은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한국은행이 나서는 것을 바라고 있다.
최종 대부자로서의 기능을 해달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법상 불가능하다.
한은은 은행만 지원할 수있다.
신용금고는 지원대상이 아니다.
단 한은이 은행외의 금융기관에 지원하려면 "극심한 통화수축기등 비상시에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는게 한은의 공식입장이다.
이에따라 한은특융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은행을 중간에 넣어 지원하는 방안이 동원될 것 같다.
유동성위기를 겪는 금고에 은행이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자금을 지원하고 그 은행에 한은이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한은이 과연 명분을 살리면서 자금지원에 나설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유동성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날 각 금고는 전날보다 예금인출 요구가 다소 줄어든 모습이었다.
금고 창구에서는 예금을 찾으러 온 고객에게 정부의 지원책을 설명하며 인출을 자제해줄 것을 설득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서울 강남의 한 중견금고 관계자는 "11일 90억원 정도의 예금이 빠졌지만 오늘은 인출요구가 20억원 미만으로 줄어들었다"면서 "예금자들이 정부의 지원방안을 다소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옥석을 분명히 가려야=금고업계는 정부의 유동성지원 대책과 함께 부실금고를 빨리 퇴출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옥석을 분명하게 가려줘야 예금자들의 동요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연이은 금고 사고 이후 각 금고들은 각종 루머에 시달리느라 정상적인 영업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
어느 곳이 문제가 있는 금고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업계 전체가 불신에 휩싸여 유동성 확보에만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가 있는 금고는 정부가 앞장서 조기에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동아금고에 이어 해동금고까지 문을 닫으면서 대부분의 신용금고들은 자금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규 대출은 전면 중단한 상태고 여신도 가급적 빨리 회수하기위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동방.열린금고 사고 이후 금고업계에서는 약 1조원의 수신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동아금고가 지난 주말 영업정지된 이후 예금 인출요구가 급증해 대형금고의 경우 지난 11일 하룻동안 2~3백억원의 수신이 줄어들었다.
금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분명한 지원의지와 신속한 부실금고 정리만이 금고업계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