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후보의 승리로 마감되는 듯 했던 미국대선이 다시 혼미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난 주말 ''부시 승리-고어 역전승-부시 승리''를 암시하는 판결들이 번갈아 나오면서 당선자 윤곽의 초점이 다시 흐려졌다.

이번 ''널뛰기 판결''은 지난 8일 오후 2시(이하 현지시간)께 시작됐다.

리온카운티 순회법원은 마틴 및 세미놀카운티의 부재자표 무효소송을 기각했다.

부시표를 대거 무효화시킴으로써 승패를 뒤집으려던 고어의 마지막 희망이 꺾이는 듯 했다.

그러나 불과 2시간 만인 이날 오후 4시 기계에서 판독을 거부해 집계되지 않은 표(undervote)를 모두 수작업 재검표하라는 주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상은 총 67개 카운티중 58개 카운티의 4만2천8백58표였다.

시간이 늦었다는 이유로 거부됐던 팜비치와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의 수검표 결과도 집계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극적 판결이었다.

부시의 리드는 5백37표에서 1백93표로 줄어들었고 각 카운티는 수검표에 돌입했다.

수검표만 끝나면 고어가 승패를 뒤집고 승리를 거머쥘 공산이 높아졌다.

그러나 부시는 즉각 연방대법원에 긴급상고했다.

9일 오후 2시 이번에는 연방대법원이 이례적인 명령을 내렸다.

당장 수검표를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고어와 부시의 희비가 다시한번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연방대법원은 11일 오전 11시(한국시간 12일 새벽 1시) 심리를 열고 양쪽의 변론을 들은 뒤 최종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연방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대법관중 골수 보수파(공화당)로 꼽히는 안토닌 스칼리아 판사는 "원고(부시)의 승산이 높다"고 말했다.

주 대법원의 판사 7명은 전원 민주당 성향이다.

반면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9명중 7명은 공화당 계열이다.

이런 정치적 배경 탓에 주말에 벌어진 ''널뛰기 판결''은 마치 ''판사들의 당파싸움''을 연상케 했다.

사법부내 당파싸움에서 역시 부시가 이길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 편인 연방대법원이 최종 판결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