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와 회사채의 선호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부분의 자금이 국고채에만 몰리고 회사채는 철저히 외면당하는 모습이다.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배경은 너무나 간단하다.

국고채가 회사채보다 훨씬 안전한 투자자산이기 때문이다.

회사채는 투자를 하고 싶어도 발행 기업이 언제 부도날지 몰라 실행에 옮길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따라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지속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또 원활한 회사채 소화를 위해선 투신사가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투신사의 경우 시중자금이 유입되기는 커녕 대우채 사건 이후 돈은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투신사의 채권운용에 대해 투자자들의 불신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 것이다.

결국 채권시장에서의 불신 불안 불확실성 등 ''3불(不)''현상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기업자금조달도 쉽게 숨통이 트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 구조조정이 급선무=회사채가 원활히 발행되고 유통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신뢰를 쌓아야 한다.

안정성에 대한 신뢰다.

안정성을 재는 중요한 척도는 역시 부채비율이다.

그러나 부채비율은 여전히 높다.

외국계인 UBS워버그증권은 최근 자료를 통해 지난 2·4분기 현재 한국기업들의 총부채가 1분기보다 3.5% 늘어난 7백6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GDP대비로는 1백24%에서 1백28%로 높아진 것이다.

홍콩계 HSBC증권 채권팀의 오충현 부장은 "회사채발행은 기간이 길뿐이지 무보증 신용대출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데 기업들이 부채비율을 줄이는 등 체질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어느 투자기관이나 투자자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살릴 기업은 살리고 죽일 기업은 죽이는 결단성있는 정책을 펴고 기업들 스스로 시장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구조조정을 통해 불신을 털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채권시장도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시장의 투명성이 확보돼야=이와 함께 회사채 유통시장이 보다 투명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2년전 투신사의 유명 펀드매니저가 개입한 채권 불법매매거래가 발생한 사건이나 최근 농협이 비슷한 이유로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를 받고 있는 것은 유통시장의 불투명성을 대표한다.

이처럼 채권 불법매매거래가 성행하는 것은 채권시장 구조가 왜곡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90%의 회사채가 장외에서 상대매매로 거래되는 상태여서 불신을 키우고 있다.

증권거래소 채권시장부의 이광수 팀장은 "장외시장의 상대매매는 대개 지연 학연 등의 친분에 의해 이뤄져 채권가격 결정시스템이 불투명하다"며 "거래가격의 호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거래상대방을 모르는 상태에서 매매하는 장내 매매가 확산돼야 유통및 운용의 투명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과거 투신사가 회사채 발행물량의 70%를 소화했다는 점에서 투신사의 채권운용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조영제 한국투신운용 사장은 "기업구조조정 완결과 투신 등 채권유통시장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한 어떤 해법을 내놓아도 단기적인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신사와 운용역의 운신폭을 넓혀줘야=투신사 채권운용역들과 투신사 경영진의 운신폭을 넓혀 줄 수 있는 법적 토대를 마련해야 채권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경영자가 기업경영 결과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지만 의도하지 않은 부분에까지 민·형사상의 법적책임을 강요할 경우 자칫 유통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노승범 대신투신 채권운용팀장은 "불법적인 매매거래에 대해 엄격한 감시·감독 체계를 갖추되 소신있게 매매할 수 있도록 해야 채권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