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1일 반도체 장비업체인 K사의 L사장은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컨설팅업체를 경영하는 C사장에게 e메일을 보냈다.

반도체 소자용 인쇄회로기판을 절삭하는 새로운 공구를 개발했는데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미국에서 시장성을 검증받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제품의 대략적인 개요와 개발 공정을 첨부했다.

e메일을 받은 C사장은 인텔에서 20여년동안 근무한 더글러스씨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미국 현지 컨설팅업체에 도움을 청했다.

한달 후 이 반도체용 절삭공구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에서 더글러스씨는 이렇게 진단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의 상당수는 지난 2000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반도체 경기의 침체가 2002년 상반기쯤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NEC 히타치 등은 신규 투자를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공장을 짓는데 5개월 정도가 소요되고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반도체용 절삭공구는 지난 5년간 신규 제품이 출시되지 않았다. 때문에 제품출시 첫해에 시장진입 초기라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체 시장의 15%(연 2천만달러)선을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를 건네 받은 L사장은 먼저 C사장을 통해 소개받은 미국 유수의 특허전문 법인에 국제 특허출원을 의뢰했다.

이어 공장건설 비용 마련에 들어갔다.

연간 2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1단계 공장을 짓는 비용은 대략 4백50억원.

L사장은 국내외 투자자를 물색했다.

국내 벤처캐피털 업체인 G사가 5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L사장은 나머지 4백억원 모집을 위해 미국 동부에 있는 교포 벤처캐피털 회사인 P사에 도움을 청했다.

P사는 특허출원증, 더글러스씨의 보고서 등 서류를 심사한 뒤 투자를 결정했다.

L사장의 K사가 2백억원어치의 CB(전환사채)를 발행하면 이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보내 왔다.

또 나머지 2백억원은 미국 현지 은행에서 1년 거치 3년 일시상환 조건으로 돈을 빌려 주기로 했다고 P사는 덧붙였다.

비용을 모두 조달한 시점은 8월 초순.

L사장은 기존 공장 옆에 2천평 규모의 신규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2002년 1월 공장을 완공했다.

컨설팅 보고서가 예견했듯이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고 제품은 날개 돋친듯 팔려 나갔다.

위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국내 벤처기업에는 단지 희망사항에 불과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앞으로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INKE를 통해 형성된 한민족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 벤처기업들이 이룰 수 있는 많은 일들중 하나다.

INKE로 맺어진 국내외 동포 벤처기업들간 네트워크를 보다 굳건히 유지한다면 한민족 기업이 서로 의지하며 세계시장을 누비게 될 시점이 빨리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