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지역의 경제회복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보다 강도높은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4일 밝혔다.

아눕 싱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이사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지역에서는 많은 개혁들이 이뤄졌지만 국제금융시장은 여전히 이 지역 은행과 기업들의 구조조정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경우 채권단들이 구조조정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수단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부실채권 처리에서는 한국이 지난 9월 현재 기업부채 문제의 78% 정도를 해결,말레이시아(22%) 태국(14%) 인도네시아(1%)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싱 이사는 말했다.

그렇지만 9월 이후부터는 한국의 개혁속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시아의 가족중심 기업들이 부실계열사 매각이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점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국=싱 이사는 동아건설 등에 대한 퇴출판정을 내리면서 개혁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처럼 보였던 한국정부가 현대건설의 조건부회생 결정으로 시장의 의구심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내년엔 부실기업 수가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의 경기침체는 기업들의 채무상환을 보다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실업사태가 개혁의 최대 장애물이라며 한국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통해 실업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타=태국은 개혁에 저항적인 일부 소수 재벌에 의해 많은 은행 및 기업들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싱 이사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여전히 정정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으며 일부 부실기업들이 정치권을 매수,개혁에 저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말레이시아에 대해서는 개혁이 비교적 순조롭지만 5대 기업들의 부실자산 처리가 현안으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