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감시대] (230.끝) 제2부 : IMF시대 <9> 여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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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홍상화
"아이는 유산했어요"
교도소 면회실에서 진성호를 만난 이미지는 고개를 숙인 채 나직이 말했다.
"아이는 또 가질 수 있어"
진성호가 말했다.
"자연유산이 아니에요.낙태수술을 했어요"
"아이를 또 갖든 안 갖든 상관하지 않아.내가 계속 숨쉬기 위해서 꼭 필요한 건 당신의 체취야"
"아니에요.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망각이에요.당신은 누구보다 빨리 잊을 수 있어요"
"내 생명이 지속되는 한 당신을 잊을 수 없어.무슨 짓을 하든 당신을 이곳에서 빼낼 거야"
이미지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고 진성호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빈정거렸다.
"저는 정당한 벌을 받고 싶어요.그래서 자수했어요.제가 살인자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아요"
"당신은 살인자가 아니야.당신은 어떤 자의 최면술에 걸렸을 뿐이라고.나는 그자가 누군지 알고 있어"
두 남녀가 있는 좁은 공간에는 그들의 숨소리만 들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여기서 빼낼 거야"
진성호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저는 이미 죽었어요"
이미지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럼 나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알다시피 나는 앞으로 할일이 많은 사람이야.그러니 제발…나를 위해서라도…"
진성호는 목이 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이미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돌아섰다.
그러더니 당당한 걸음걸이로 문 쪽으로 걸어갔다.
진성호가 일어나 이미지를 잡으려다가 멈칫했다.
어느새 들어온 교도소 직원이 그들 사이에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이미지의 모습이 문 밖으로 사라지고 교도소 직원의 뒷모습이 뒤따라 사라졌다.
진성호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날 저녁 진성호는 지프차에 두 마리 개를 태우고 세브란스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황무석이 입원해 있는 병실 창문이 보이는 곳에 개들을 내려놓고 끈을 풀어주었다.
예상대로 두 마리 개는 미친 듯이 짖어대며 입원실 건물 주위를 맴돌았다.
황무석이 개짖는 소리를 들었다고 확신했을 때쯤 개를 불러 끈을 잡고 차에다 태웠다.
황무석은 지금쯤 공포에 떨고 있을 것이고 그것이 황무석의 병세를 악화시켜 죄과를 치르게 하는 것이라고 진성호는 확신했다.
진성호는 며칠간 매일밤 개를 데리고 이곳에 오기로 작정했다.
그것은 당분간 밤에 진성호 자신이 할 일이었다.
그러면 낮 동안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생각해보았다.
부를 축적하는 일이 낮 동안 그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았다.
그런데 과연 거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을지 그는 의구심에 빠졌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이미지의 마음을 다시 빼앗는 것이고 이미지에게 자유를 다시 돌려주는 것이었다.
한참 동안 생각한 결과 그가 내린 결론은 거부가 이미지의 자유는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이미지의 마음은 살 수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런 믿음은 그의 인생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음을 의미했고 그 새로운 장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는 유산했어요"
교도소 면회실에서 진성호를 만난 이미지는 고개를 숙인 채 나직이 말했다.
"아이는 또 가질 수 있어"
진성호가 말했다.
"자연유산이 아니에요.낙태수술을 했어요"
"아이를 또 갖든 안 갖든 상관하지 않아.내가 계속 숨쉬기 위해서 꼭 필요한 건 당신의 체취야"
"아니에요.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망각이에요.당신은 누구보다 빨리 잊을 수 있어요"
"내 생명이 지속되는 한 당신을 잊을 수 없어.무슨 짓을 하든 당신을 이곳에서 빼낼 거야"
이미지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고 진성호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빈정거렸다.
"저는 정당한 벌을 받고 싶어요.그래서 자수했어요.제가 살인자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아요"
"당신은 살인자가 아니야.당신은 어떤 자의 최면술에 걸렸을 뿐이라고.나는 그자가 누군지 알고 있어"
두 남녀가 있는 좁은 공간에는 그들의 숨소리만 들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여기서 빼낼 거야"
진성호의 목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저는 이미 죽었어요"
이미지가 냉정하게 말했다.
"그럼 나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야.…알다시피 나는 앞으로 할일이 많은 사람이야.그러니 제발…나를 위해서라도…"
진성호는 목이 메 말을 끝맺지 못했다.
이미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뒤돌아섰다.
그러더니 당당한 걸음걸이로 문 쪽으로 걸어갔다.
진성호가 일어나 이미지를 잡으려다가 멈칫했다.
어느새 들어온 교도소 직원이 그들 사이에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이미지의 모습이 문 밖으로 사라지고 교도소 직원의 뒷모습이 뒤따라 사라졌다.
진성호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날 저녁 진성호는 지프차에 두 마리 개를 태우고 세브란스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황무석이 입원해 있는 병실 창문이 보이는 곳에 개들을 내려놓고 끈을 풀어주었다.
예상대로 두 마리 개는 미친 듯이 짖어대며 입원실 건물 주위를 맴돌았다.
황무석이 개짖는 소리를 들었다고 확신했을 때쯤 개를 불러 끈을 잡고 차에다 태웠다.
황무석은 지금쯤 공포에 떨고 있을 것이고 그것이 황무석의 병세를 악화시켜 죄과를 치르게 하는 것이라고 진성호는 확신했다.
진성호는 며칠간 매일밤 개를 데리고 이곳에 오기로 작정했다.
그것은 당분간 밤에 진성호 자신이 할 일이었다.
그러면 낮 동안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생각해보았다.
부를 축적하는 일이 낮 동안 그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았다.
그런데 과연 거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을지 그는 의구심에 빠졌다.
그가 원하는 것은 이미지의 마음을 다시 빼앗는 것이고 이미지에게 자유를 다시 돌려주는 것이었다.
한참 동안 생각한 결과 그가 내린 결론은 거부가 이미지의 자유는 살 수 있을지 몰라도 이미지의 마음은 살 수 없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런 믿음은 그의 인생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음을 의미했고 그 새로운 장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