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채권단은 현대건설이 마련하고 있는 추가자구안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고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의 입장은 한마디로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자구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연말까지 1조원의 빚을 추가로 줄일 수 있는 자구안이 나오지 않으면 채권단은 만기연장을 해줄 수 없고 대주주 지분의 감자(자본금 감축) 및 출자전환을 통해 경영권 박탈 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이와 관련, "현대건설의 자구계획중 3천8백억원 가량을 마련하는 방안이 확실치 않다"며 "이를 보충할 수 있는 자구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전자의 지분을 팔든지,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지분을 전량매각하든지, 서산간척지를 정씨 일가 가족들에게 분할매각하든지, 알짜 계열사를 팔든지 간에 자구대금을 3천8백억원 이상 확실하게 마련해야 한다는게 채권단의 한결같은 요구다.

현대건설이 자구안을 마련했다고 해서 정부와 채권단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자구안 수용여부는 무엇보다도 ''시장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실현가능성이 있는지의 여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그동안 자구안을 네번이나 바꿀 정도로 실현가능성이 낮은 계획을 내놓았다.

이날도 발표내용을 몇차례 번복하는 등 분명한 자구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은 "현대건설의 발표대로 실행돼 자구대금이 5천억원이 넘는다면 채권단으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방안이 현대상선과 충분히 조율됐는지가 중요하다"며 "채권단은 현대건설로부터 자구안을 받은 바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가 마련하는 자구대금이 많을수록 좋지만 실현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이 현대건설에 시간적 여유를 줄지도 미지수다.

당장 삼성생명은 오는 9일 만기가 돌아오는 2백50억원의 대출금을 회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은 이날부터 신주인수권부사채(BW) 9백억원어치의 상환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현대건설은 6일 만기가 된 4백34억원의 자금중 일부는 만기연장하고 나머지는 자체자금으로 결제했지만 언제든지 자금수급 불일치에 빠질 수 있다.

현대건설의 자구방안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 8일 열릴 전체 채권단회의에서 만기연장이 결의될 가능성도 낮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