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를 할부로 매매하는 것처럼 꾸며 대출을 해준 뒤 연 30-40%의 수수료를 챙기는 편법대출이 성행하고 있다.

일명 "면허증 대출"로 불리는 이런 편법대출은 최근 주가하락과 경기침체 등으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서울 인천 부산 수원 등 대도시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 대출수법 =대출 브로커들은 생활정보지 등에 주민등록등본과 인감증명,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신용으로 돈을 빌려준다는 광고를 내고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이 찾아오면 이들의 이름으로 중고차를 구입하는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 할부금융사로부터 자동차 구입비용을 타낸다.

구입한 중고차는 곧바로 되팔고 브로커와 중고차 판매상은 자동차 등록비용, 보험료 등 각종 수수료와 대출알선 명목으로 전체 할부금의 30~40%를 챙긴다.

<> 사례 1 =서울의 안모(35)씨는 최근 급전을 신용으로 빌려준다는 광고전단을 보고 "면허증 대출"을 받았다.

안씨는 "대출 브로커로부터 1천만원을 빌려준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수수료와 알선료를 제한 후 6백만원만 손에 들어왔다"면서 "수수료가 많다고 생각했지만 당시엔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씨는 "중고차는 브로커와 중고차 판매상이 돈을 받아낸뒤 곧바로 시장에 다시 내다팔았기 때문에 구경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할부금융사에 매달 1천만원에 대한 원금할부금과 이자를 물고 있다.

<> 사례 2 =인천의 김모(46)씨는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만난 대출 브로커를 통해 신용으로 5백만원을 빌렸다.

김씨는 "중고차를 사는 것처럼 서류를 만들면 담보없이도 2~3일 안에 돈을 마련해줄 수 있다는 말에 운전면허증과 인감증명 등을 건네줬다"며 "그러나 브로커가 수수료 명목으로 1백50만원을 요구해 3백50만원만 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는 서류상으로만 구입한 것으로 처리했고 대출받은 이후에는 중고차 판매상과 브로커가 알아서 처분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 문제점과 대책 =대출 브로커들은 할부금융사별로 계약을 맺고 있는 중고차 판매점이 전국적으로 수백개에 달해 실질적인 감시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할부금융사들은 중고차 구매 여부를 전화로 확인하기 때문이다.

할부금융사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방문확인도 하지만 중고차 가맹점이 편법대출을 하는지 일일이 감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할부금융사들은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LG캐피탈은 최근 4백만원 이상의 중고차 할부는 차량담보를 의무화했다.

삼성캐피탈도 10월말부터 3백만원 이상 중고차 할부 가운데 개인 신용도가 떨어질 경우 차량을 담보로 설정토록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담보로 설정된 차량이 할부금융사측의 동의없이 임의로 매각되는 것을 막기위한 전산시스템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할부금융사별로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교묘한 편법대출이 많아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해영.오상헌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