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5일 이른 아침부터 시중은행장들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현대건설과 쌍용양회도 스스로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지 못하면 법정관리시키겠다는데 언론이 왜 정부와 채권단의 개혁의지를 알아 주지 않는가"

지난 3일 부실기업 판정결과를 발표한 직후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불만이자 하소연이었다.

여론은 현대건설과 쌍용양회의 조건부 회생에 대해 ''대마불사 재현''으로,52개 기업의 정리방침에 대해 ''죽은 기업 또 죽이기 식의 숫자불리기''로 흐르고 있었다.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주요 채권은행장들을 소집해 ''11·3기업퇴출'' 후속대책을 논의하고 직접 기자회견에 응하는 정성을 보였다.

새로운 퇴출기업이 별로 없고 현대건설과 쌍용양회 처리를 미뤘다는 여론이 ''홍보부족''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견내용도 ''현대건설의 법정관리 원칙은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주로 할애됐다.

이 위원장은 특히 시장이 미심쩍어하는 현실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나타냈다.

또 52개 정리기업 중 새롭게 정리되는 기업은 10여개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정리대상기업은 이미 시장에서 공개적으로나 암묵적으로 인지됐던 기업들이기 때문에 이번에 퇴출판정을 받은 기업이 모두 새로울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같이 부실기업 정리발표와 관련된 기사들에 대해 일일이 항목을 달아가면서 해명하는 성격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의 발표에 대한 시장의 신뢰는 결코 ''홍보부족''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더욱이 ''홍보''만으로 정부와 채권단의 의지를 믿을 만큼 시장은 어리석지도 않다.

시장은 현대그룹의 미래에 대해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가 얘기하는 ''그룹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나올지에 대해서도 의문이고 정부와 채권단이 일관된 처리방침을 지켜나갈지도 눈여겨 지켜보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의 의지에 대한 신뢰는 당장 오늘 열리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박민하 경제부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