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벤처 "훈풍을 불어넣자" .. 정현준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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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으로 쌀쌀해진 서울 테헤란로.
한때 한국경제를 새롭게 도약시킬 벤처산업의 요람으로 불리던 이 곳은 이제 생동감을 잃고 삭막하기까지 하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도 넋이 빠진 듯 굳어 있다.
침몰 위기에까지 몰린 코스닥 시장의 장기 침체와 하루하루를 가슴 조이게 하는 자금난으로 시달리는 이곳 벤처들은 그야말로 빈사 상태다.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 사건이 터지면서 벤처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도덕성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일까.
"위기론"이나 "대란설"에 "무슨 소리냐"고 자신있게 반문하던 패기도 자취를 감췄다.
"정현준은 진정한 벤처기업인이 아니다"라고 강변하지만 많은 벤처인들은 허탈함을 갖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힘든 가운데서도 꿋꿋이 밤을 새우던 벤처인 몇 명이 일 손을 놓고 옹기종기 식당에 모였다.
무슨 하소연이라도 속 시원히 하고 싶어하는 눈치.
하지만 대부분은 아예 말문이 막힌 듯하다.
지금 그들의 상황은 어떨까.
<> 자금난에 절망하는 벤처 =인터넷 교육전문인 P사는 꽤 많이 알려진 업체다.
혼자서도 학원에서처럼 공부할 수 있는 대화형 콘텐츠로 단 몇 개월만에 회원수 1만명을 넘겼다.
"이젠 됐다"고 믿었던 이 회사 J사장은 최근 수익 모델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유료 회원으로 전환하자 회원수가 10명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
"우리 회사가 이런데 다른 곳은 어떻겠냐"는 J사장은 "정말 할 말이 없다"며 한숨 짓는다.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 주는 애니메이션 게임기를 개발한 E사는 투자를 못받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투자자금을 약간만 확보하면 곧 상용화할 수 있는데 너무 안타깝다"는 이 회사 L사장은 "벤처캐피털에선 무조건 실적을 먼저 요구한다. 하지만 벤처기업 가운데 벌써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는 업체가 몇이나 있겠는가"라고 항변한다.
아이디어와 기술로만 창업한다는 얘기는 까마득한 옛 말이다.
자금사정이 어렵기는 E사 같은 신생 벤처뿐만이 아니다.
코스닥 업체들도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1세대 벤처로 한국 벤처를 대표하던 메디슨이 우량 벤처캐피털인 무한기술투자의 보유지분 20% 가량을 팔아 자금을 마련한다고 밝혀 적지않은 충격을 줬다.
게다가 마지막 보루로 음성적인 자금줄 역할을 해오던 사채시장 마저 한국디지탈라인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얼어붙었다.
이젠 정말 비빌 데가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 이젠 벤처캐피털까지 =일부 신생 창투사들이 자금이 없어 "개점휴업"이라는 것은 더이상 새로운 소식도 아니다.
이젠 선발 리딩 업체들까지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코스닥 폭락으로 인해 상당한 평가손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극도로 투자를 자제하며 몸을 사리고 있다.
그나마 투자재원으로 쓰는 돈도 자체 자금은 거의 없다.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대부분 투자조합 재원이다.
"창투사들은 투자업체가 코스닥에 등록하기만 하면 지분을 곧바로 팔아치워 주가를 내리는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현금 확보를 위해 서둘러 투자자산을 매각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앞으로의 전망이 어둡다는 것은 주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대부분 선발 창투사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지만 주가는 고점과 대비해 70~80% 이상 폭락한 업체들이 태반이다.
"외환위기 당시 투자기업들의 잇따른 부도로 벼랑끝까지 갔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만약 대형 창투사 가운데 한 곳이라도 무너진다면 벤처업계는 상상도 하지 못할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 정말 대안을 찾아야 할 때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대책은 약발이 잘 받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대안으로 여겨지던 기업인수합병(M&A)도 소리만 요란할 뿐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
건전한 방향의 M&A는 모습을 찾기 힘들고 주가 띄우기로만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도덕성으로 재무장하고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진출 등 본연의 모습에 충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가 온 뒤의 땅이 더 굳어지는 것 처럼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
"다시 초심(初心)을 찾아야 한다. 한국디지탈라인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문제들을 정리하고 제2의 도약기를 만드는데 벤처기업 캐피털 정부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한때 한국경제를 새롭게 도약시킬 벤처산업의 요람으로 불리던 이 곳은 이제 생동감을 잃고 삭막하기까지 하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표정도 넋이 빠진 듯 굳어 있다.
침몰 위기에까지 몰린 코스닥 시장의 장기 침체와 하루하루를 가슴 조이게 하는 자금난으로 시달리는 이곳 벤처들은 그야말로 빈사 상태다.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 사건이 터지면서 벤처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도덕성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일까.
"위기론"이나 "대란설"에 "무슨 소리냐"고 자신있게 반문하던 패기도 자취를 감췄다.
"정현준은 진정한 벤처기업인이 아니다"라고 강변하지만 많은 벤처인들은 허탈함을 갖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힘든 가운데서도 꿋꿋이 밤을 새우던 벤처인 몇 명이 일 손을 놓고 옹기종기 식당에 모였다.
무슨 하소연이라도 속 시원히 하고 싶어하는 눈치.
하지만 대부분은 아예 말문이 막힌 듯하다.
지금 그들의 상황은 어떨까.
<> 자금난에 절망하는 벤처 =인터넷 교육전문인 P사는 꽤 많이 알려진 업체다.
혼자서도 학원에서처럼 공부할 수 있는 대화형 콘텐츠로 단 몇 개월만에 회원수 1만명을 넘겼다.
"이젠 됐다"고 믿었던 이 회사 J사장은 최근 수익 모델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유료 회원으로 전환하자 회원수가 10명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
"우리 회사가 이런데 다른 곳은 어떻겠냐"는 J사장은 "정말 할 말이 없다"며 한숨 짓는다.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 주는 애니메이션 게임기를 개발한 E사는 투자를 못받아 전전긍긍하고 있다.
"투자자금을 약간만 확보하면 곧 상용화할 수 있는데 너무 안타깝다"는 이 회사 L사장은 "벤처캐피털에선 무조건 실적을 먼저 요구한다. 하지만 벤처기업 가운데 벌써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는 업체가 몇이나 있겠는가"라고 항변한다.
아이디어와 기술로만 창업한다는 얘기는 까마득한 옛 말이다.
자금사정이 어렵기는 E사 같은 신생 벤처뿐만이 아니다.
코스닥 업체들도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1세대 벤처로 한국 벤처를 대표하던 메디슨이 우량 벤처캐피털인 무한기술투자의 보유지분 20% 가량을 팔아 자금을 마련한다고 밝혀 적지않은 충격을 줬다.
게다가 마지막 보루로 음성적인 자금줄 역할을 해오던 사채시장 마저 한국디지탈라인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얼어붙었다.
이젠 정말 비빌 데가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 이젠 벤처캐피털까지 =일부 신생 창투사들이 자금이 없어 "개점휴업"이라는 것은 더이상 새로운 소식도 아니다.
이젠 선발 리딩 업체들까지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코스닥 폭락으로 인해 상당한 평가손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극도로 투자를 자제하며 몸을 사리고 있다.
그나마 투자재원으로 쓰는 돈도 자체 자금은 거의 없다.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대부분 투자조합 재원이다.
"창투사들은 투자업체가 코스닥에 등록하기만 하면 지분을 곧바로 팔아치워 주가를 내리는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현금 확보를 위해 서둘러 투자자산을 매각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앞으로의 전망이 어둡다는 것은 주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대부분 선발 창투사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지만 주가는 고점과 대비해 70~80% 이상 폭락한 업체들이 태반이다.
"외환위기 당시 투자기업들의 잇따른 부도로 벼랑끝까지 갔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만약 대형 창투사 가운데 한 곳이라도 무너진다면 벤처업계는 상상도 하지 못할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
<> 정말 대안을 찾아야 할 때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대책은 약발이 잘 받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대안으로 여겨지던 기업인수합병(M&A)도 소리만 요란할 뿐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
건전한 방향의 M&A는 모습을 찾기 힘들고 주가 띄우기로만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도덕성으로 재무장하고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진출 등 본연의 모습에 충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가 온 뒤의 땅이 더 굳어지는 것 처럼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것.
"다시 초심(初心)을 찾아야 한다. 한국디지탈라인 사건을 계기로 불거진 문제들을 정리하고 제2의 도약기를 만드는데 벤처기업 캐피털 정부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