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한 K씨(40세).

제2의 인생을 창업으로 키워 보기로 결심하고 상경을 택한 K씨는 알맞은 창업아이템을 찾던 중 친구와 동업형태로 슈퍼마켓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강동구 명일동 주택가에 위치한 60평 규모의 지하 1층 점포였다.

이미 운영하고 있던 슈퍼를 인수했기 때문에 창업하는데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일정 수의 고객층도 이미 형성돼 있어 별 무리 없이 꾸려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K씨와 그의 동업자가 슈퍼를 창업하는데 든 비용은 1억2천만원.

별도의 인테리어 비용은 들지 않았으며 야채보관 냉장고만 새로 구입했다.

점포의 권리금과 임대 보증금이 각각 3천만원,월세는 1백40만원이 들었다.

슈퍼에서 판매하는 물품은 모두 유통체인본부를 통해 공급받았으며 야채와 과일류만 직접 재래시장에서 구입했다.

평균 마진율은 15%선.

월매출은 다른 슈퍼마켓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으나 이것저것 다 빼고 남는 월평균 순익은 2백만원(각 1백만원)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

신선한 야채를 확보하기 위해 새벽시장을 전전했던 K씨는 가족들의 생활비로도 빠듯한 수입에 맥이 풀릴 정도였다.

그렇다고 당장 업종을 바꿀 수도 없었다.

K씨는 업종을 바꾸고 싶었지만 같이 동업을 했던 친구는 계속해서 슈퍼마켓을 해야겠다고 고집을 피웠기 때문이다.

처음 자영업을 시작하는 초심자로서 혼자 사업을 꾸려나갈 엄두도 생기지 않았다.

월매출은 불만족스러웠지만 다른 생각없이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곧 생각지도 않던 외환위기라는 불청객이 찾아와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자 월매출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따뜻한 봄을 위해 동면하는 짐승처럼 희망을 갖고 어려운 시기를 버텨보기로 했다.

이윽고 경제 분위기가 밝게 돌아서는가 싶더니 이제는 경제 회생의 붐을 타고 곳곳에 대형 할인 유통점들이 생겨 다시 채워진 소비자의 주머니를 노리기 시작했다.

K씨의 점포가 있는 명일동 주택가에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할인매장이 생겼고 K씨의 슈퍼마켓은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결국 그동안 희망을 갖고 운영해온 슈퍼마켓을 시작한지 4년만에 많은 손해를 보면서 그만둬야 했다.

그후 K씨는 홀로서기를 감행했다.

슈퍼를 정리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알아보던 중 근처 상가에서 도서대여점을 운영하는 점주와 얘기를 나눈 것을 계기로 노원구 상계동에 새롭게 점포를 얻고 도서대여점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1년동안은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아내까지 가세해 적극적으로 점포를 운영했다.

K씨는 비록 소규모 사업이라도 점주의 운영방식에 따라 고소득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새롭게 시작한 도서 대여점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02)786-8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