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의 전위부대인 금융감독원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정현준 사건으로 비리의혹이 불거진 금감원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려 있다.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장래찬 전 비은행검사1국장의 윗선의 관련여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 서비스 없는 서비스기관 =금감원은 1천6백여개 금융기관의 감독.검사와 각종 인.허가, 유가증권 발행 등록 등의 업무를 관장한다.

금융기관이 태어나서 퇴출되기까지 평생동안 관리 감독을 받는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기관의 매월 업무보고서에서부터 30대 그룹의 결합재무제표, 기업 여신현황 등도 모두 보고받는다.

어떤 기업이든 10억원 이상 주식 채권을 발행하려면 금감원에 신고서를 내고 심사받아야 한다.

각종 기업정보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각종 규정을 위반한 경영진에 대한 징계 수위 결정도 금감원의 몫이다.

금감원의 무소불위 권한과 도덕성이 결여된 간부가 만났을 때 나타난 결과가 장래찬 국장 사건인 셈이다.

영문이름은 ''Financial Supervisory Service(FSS)''.

그러나 금감원을 서비스기관으로 여기는 금융기관은 없다.

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금감원장 겸임)은 지난 8월 부임하자마자 총재 시절 금감원의 정도를 넘어서는 ''횡포''를 피부로 느꼈다고 말한 적이 있다.

◆ 퇴직후에도 자리보장 =금융기관의 임원 감사로 나간 금감원 출신은 줄잡아 40여명이다.

한때 한은 출신들이 독차지했던 은행 감사자리는 경질될때마다 금감원 출신들로 채워지고 있다.

금융기관에서 능력있는 금감원 출신을 원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들이 금융기관으로 옮긴 후 검사나 감독의 칼을 무디게 만드는 방패로 활용될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상훈 국민은행장, 김성희 수협부회장, 강대화 현대증권 감사, 김영기 하나은행 감사, 문창현 영풍생명 사장, 송한준 신영증권 감사,이영무 대구은행 감사, 조경영 현대생명 감사, 최인동 신동아화재 감사, 하정원 동부증권 감사, 허만조 LG화재 감사, 홍순우 경남은행감사 등이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금융기관들이 감원 봉급삭감으로 뼈를 깎은데 비해 금감원의 퇴직자는 지금까지 1백여명에 불과하고 삭감된 연봉도 이미 회복됐다.

◆ 감독분담금이 아깝다 =금감원 예산은 금융기관을 감독하고 검사하는 대가로 금융기관에서 받는 분담금과 한국은행이 출연한 돈이다.

금융기관이 내는 분담금은 올해 7백9억원(작년 4백8억원)에 이른다.

적게는 수십만원(소규모 금고)에서 많게는 수십억원(대형은행)까지 낸다.

일부 금융기관들은 감독분담금 문제로 금감원과 심심찮게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 금감위원장은 "매맞고 매값 냈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시장친화적인 검사에 주력하라"고 지시했지만 여전히 분담금을 아까워 하는 금융기관이 많다.

◆ 태생적인 문제도 있다 =4개 감독기관이 통합해 금감원이 출범, 조직간 마찰은 여전하다.

인사때 출신기관별로 견제가 심해 승진 대상자들을 안배하지 않으면 반발이 거세진다.

기관별 배려에다 인사권자의 지연 학연까지 고려되므로 금감원은 인사 뒤끝이 좋은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출범 2년이 되도록 기관간에 화학적 결합이 지연되고 있다.

이용근 전 위원장때 실무직원의 30∼40%를 섞어 놓았지만 갈등과 비효율이 심해 최근 거의 원상복귀시켰다.

조영균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잘못된 것은 응분의 대가를 받고 이를 계기로 직원들의 떨어진 사기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