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감자(減資.자본금 감축) 태풍에 휩싸였다.

외환은행을 시발로 한빛 광주 제주은행 등 공적자금 추가투입을 요청한 은행들도 감자가 단행될 전망이다.

감자가 실시되면 기존 주주들의 손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우리사주를 갖고 있는 은행원들도 좌불안석이다.

◆ 감자 왜 하나 =외환은행은 적정한 자본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감자가 불가피하다.

외은의 자본금은 재무제표상 2조4천8백17억원이다.

그러나 적자로 인해 자기자본은 지난 6월말 현재 1조4천3백32억원에 불과하다.

1조원 가량이 자본잠식된 상태다.

만약 감자를 실시하지 않으면 앞으로 들어올 6천억원의 증자대금을 포함해 자본금만 3조원대를 넘게 된다.

따라서 자본잠식분만큼 감자를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경우 1백주가 58주가량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외은 관계자는 "정부와 코메르츠가 동의하면 3분의 2이상 주주 찬성을 얻을 수 있어 주총 통과는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한빛 광주 제주은행 등 자본이 잠식된 공적자금 투입대상 은행들도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감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공적자금이 추가로 들어갈 은행에 대해서는 기존주주에 책임을 묻는다는 차원에서라도 감자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지동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는 기존주주에게 손실을 분담시키는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 부작용 없을까 =외은은 주식병합을 통한 감자를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 주가가 2천원인 주식 2주를 합쳐 4천원짜리 주식 1주를 만드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주식수만 줄어들뿐 실제 가치하락은 없게 된다.

주식수가 줄어든 만큼 물량부담도 적기 때문에 주가상승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는 증권계의 분석도 많다.

정부가 대주주인 한빛은행의 경우도 이같은 주식병합방안이 유력시 된다.

그러나 이론적 손실은 없다지만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감자에 대해 투자자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지분이 없는 광주은행과 제주은행은 기존주주의 책임을 묻는다는 차원에서 주식소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주주의 주식을 없애고 현재 은행의 자산가치에 맞게 주식을 새로 발행해 주주에게 나눠 주는 것이다.

지난 98년 정부가 한빛은행에 공적자금 3조2천6백억원을 투입하기 전에 기존 주식을 10대 1 비율로 감자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대주주의 경우 책임을 무겁게 지운다는 차원에서 소액주주와는 다른 비율로 차등 감자할 가능성도 높다.

감자가 실시되면 정부도 공적자금을 회수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액면가(5천원)에 출자했던 한빛은행의 주식을 2대 1로 감자할 경우 한빛은행의 주가가 1만원이 돼야 투자자금을 손실없이 회수할 수 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